부모의 자식 사랑… “나처럼 살지 말고 더 나은 사람 되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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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 〈110〉 사랑스러운 내 아들

사랑하는 자식을 자랑하고픈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식 자랑은 남의 집 아이와 은근히 견주며 시작된다.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시도 그렇게 아들 자랑을 시작했다.

시인이 어린 아들을 두고 읊은 장편시다. 제목은 옛날 좌사(左思)가 자신의 두 딸을 자랑한 시(‘嬌兒詩’)를 연상시키고, 숫자 6과 7을 분별하고 배나 밤을 찾지 않는다는 내용은 일찍이 도연명이 공부에는 관심 없고 먹을 것만 찾는 아들들을 질책한 시구(‘責子’)를 반대로 쓴 것이다. 겨우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두고 먼 옛 시인들의 자식과 비교하여 자랑한 셈이다. 시에는 또 천방지축 개구쟁이 아들의 천진난만한 일상이 담겨 시인의 유다른 자식 사랑이 느껴진다.

영화 ‘투게더’에서 가난한 아버지는 천부적 음악 재능을 가진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씨네월드 제공
영화 ‘투게더’에서 가난한 아버지는 천부적 음악 재능을 가진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씨네월드 제공
천카이거 감독의 ‘투게더’(2003년)에도 아들 사랑이 유별난 아빠가 나온다. 가난한 요리사 아빠는 자신과 달리 잘생기고 천부적인 음악 재질을 가진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5세부터 1등만 한 이 소중한 아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아빠는 온갖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의 후반부에선 다소 뜻밖의 내용이 이어진다. 시인은 글공부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자신 같은 삶을 살지 말고 권력을 좇아 성공을 거두라고 권유한다. 초췌한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이와 벼룩처럼 염량세태(炎涼世態)에 상처받을 아들의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시인은 포악무도한 자가 부유하다고 대접받고, 어진 사람이 가난하다고 무시당하는 세태를 이(蝨)가 사람 피를 빠는 것에 빗대기도 했다(‘蝨賦’).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키운 영화 속 아빠도 아들이 연주자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길 바라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곁을 떠나려고 한다.

도연명은 아들에게 문둥이도 자식을 낳으면 자신 같지 않을까 걱정돼 불을 켜고 살펴보는 것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命子’). 아빠의 사연은 각기 다르지만 자식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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