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멸종이냐 공존이냐…인간과 동물의 영원한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2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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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임정은 지음/320쪽·2만 원/다산초당


10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 곳곳을 주름잡던 호랑이는 이제 ‘해님 달님’ 같은 전래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남은 호랑이는 이제 800여 마리뿐. 그러나 그마저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표범은 약 150마리, 코뿔소는 고작 50마리가량 남았다.

책에는 이러한 생물다양성 위기에 맞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해 온 저자의 20년 여정이 담겼다. 명칭마저 생소한 ‘보전생물학자’인 저자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으로서 인도네시아, 라오스,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있다. 산양, 삵, 표범 등 여러 포유류를 아우른다.

학부생 시절까지도 그의 꿈은 암을 연구하는 생명과학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찾은 동물원에서 표범에게 한눈에 반했고, “호랑이가 멸종한 한반도 현실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에 전례조차 없던 보전생물학자의 길이 그렇게 시작됐다.

현장에서 만난 것은 낯선 자연만이 아니었다.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벌어지는 인간과 동물 간 충돌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라오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귀한 자산인 소를 호랑이 보호구역 안에 방목하고 있었다. 소가 농작물을 해칠 수 있어 집 근처로 데려오지 않는 것이다. 호랑이를 보호하는 제도에는 당연히 반감을 보였다.

보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주민과 정치권, 그 과정에서 겪은 고독과 좌절이 매 순간 저자를 시험했다. 동료들 사이에선 “우리는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자조적 농담이 자주 오간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리 질 것 같은 싸움이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며 다시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자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보전과 복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 모습이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호랑이#멸종위기종#보전생물학자#국립생태원#자연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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