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슬픔-분노 등 부정적 감정
억제하기보다 적절히 활용해야
◇감정의 과학 SHIFT/이선 크로스 지음·왕수민 옮김/376쪽·1만9500원·웅진지식하우스
불안과 무기력, 감정 기복은 현대인의 일상에 흔히 드리우는 그림자다. 많은 이들이 이를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감정 및 자기통제 연구소장인 이 책의 저자는 감정을 단순한 방해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호”로 정의한다.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적절히 전환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불안, 슬픔,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이 오히려 우리를 지탱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불안은 위험을 알리는 경보 장치이고, 슬픔은 속도를 늦추며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분노는 불의에 맞서 행동하도록 이끈다. 다만 이 감정들이 지나치게 증폭될 때 삶을 옥죄는 굴레로 변한다. 책은 이를 다스리기 위한 여섯 가지 전환 도구를 제시했다.
가장 손쉬운 전환 방법은 ‘신체 감각’이다. 올림픽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경기 전 음악을 들으며 집중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오감 자극은 감정을 바꾸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달콤한 음식, 신선한 향, 피부에 닿는 촉감은 부정적 감정에 빠진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도한 감각 추구는 폭식이나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피’도 때로는 전략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리바운더이자 괴짜로 유명했던 데니스 로드먼은 가끔 팀 연습을 빠진 채 레슬링 경기장에서 욕설을 퍼붓곤 했다. 모두가 그의 기행을 걱정했지만, 팀의 감독만큼은 이를 내버려뒀다. 책은 로드먼의 행동은 “대중의 관심이 쏠린 스트레스 상황을 적절히 회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물론 장기적 회피는 스트레스를 악화시키지만, 회피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회피함으로써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린 자신의 할머니 사례를 통해 ‘감정을 무조건 직면해야 한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관점 전환’은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줌 아웃’ 전략이다. 저자는 딸의 학교가 총기 협박 메일을 받아 수업이 취소됐을 때의 경험을 예로 든다. 불안에 휩싸였지만 “아직 피해자는 없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야를 넓혀 불안을 줄였다는 것. 이어 의도적으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는 ‘공간 전환’, 건강한 조언자와 대화하는 ‘관계 전환’,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범을 가진 집단에 거리를 두는 ‘문화 전환’ 등도 좋은 방법이다.
학문적 연구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수 있을지를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저자의 경험도 풍부히 녹아 있다. 부정적 감정을 무작정 없애려는 대신, 상황에 맞게 조율하려는 시도만으로도 감정을 짐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감정의 무게에 짓눌리는 하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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