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일 포로수용소 버전 ‘쇼생크 탈출’

  • 동아일보

코멘트

◇콜디츠/벤 매킨타이어 지음·김승욱 옮김/536쪽·3만2000원·열린책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프랑스 중위 알랭 르레이가 독일 콜디츠 수용소에 끌려온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연합군 포로들이 보내지는 곳이었다. 그는 이미 한 번 다른 수용소를 탈출한 전력이 있었는데, 콜디츠에 오자마자 다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당시 수용소는 포로들의 운동시설을 확보해야 했다. 급증하는 포로들로 인해 독일군은 임시로 사냥터 두 곳에 철망을 두르고 운동장을 만들었다. 르레이는 이곳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몰래 구한 민간인 복장을 걸친 뒤 축제 행렬에 합류해 탈출했다. 수감된 지 불과 46일 만. 포로들은 그가 친 ‘홈런’에 환호했고, 독일군은 진상 조사로 난리가 났다.

당시 나치 수용소 중에 가장 많은 탈출이 이뤄져 대담한 저항을 상징하는 공간이 된 콜디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국, 각 계층의 다양한 인간 층위가 역사의 굴곡 속에서 역동적으로 어우러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영국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가 공문서, 생존자 인터뷰 등의 취재와 고증을 통해 콜디츠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탈출 시도가 많았던 만큼 방법도 다양했다. 수십 개의 굴을 파거나 신분증을 위조하는 건 예사였다. 글라이더로 날아서 탈출하려는 시도도 있었단다. 포로들끼리 음악회를 열기도 했고 유치한 장난을 모의해 독일 경비병을 놀리기도 했다. 장교와 달리 하급 병사에겐 탈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수용소를 배경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면면을 흥미롭게 되살려냈다.

#제2차 세계대전#콜디츠 수용소#탈출 시도#나치#포로수용소#생존자#인터뷰#취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