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자-심리학자 등 캘리포니아대서 강의한 내용 정리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과학에 기반… 확률론적 사고하면 위험도 낮아져
불완전한 정보도 생산적으로 사용
◇넥스트 씽킹/솔 펄머터 등 지음·노승영 옮김/412쪽·2만3000원·위즈덤하우스
책은 “막연히 단정짓는 대신 숫자를 활용하는 ‘확률론적 사고’는 위험한 결정을 줄이고, 불완전한 정보도 최대한 유용하게 쓰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세계적 물리학자와 철학자, 심리학자인 저자들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직관이 아닌 과학에 바탕을 둔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느 날 심장이 아파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의사는 심장이 아픈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한다. 시나리오 A가 맞다면 당장 심장 수술을 해야 한다. B가 맞다면 약물만 투입해도 된다. 문제는 의사도 어떤 방향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의사는 환자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민주적 접근법으로, 도시의 모든 사람에게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게 좋을지 투표해 달라고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사들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방법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를 택할 게 뻔하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는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선택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넥스트 씽킹’은 이처럼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문제해결형 실전 사고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세계적 철학자, 심리학자가 10년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진행한 강의 ‘원대한 사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직관 대신 과학에 기반한 사고법이 우리의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제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웬만한 답은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넘쳐나는 허위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방법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응급환자의 생사를 가를 중대한 결정을 다수결이 아닌 전문가에게 위임해 판단하자는 것도 이런 생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책엔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사고방식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확률론적 사고’다. 무언가를 100% 예측하는 대신, 숫자를 부여해 정량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문장보다, “향후 30년 안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진도 6.7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2퍼센트”란 문장이 훨씬 많은 정보값을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확률론적 사고는 불완전한 정보를 생산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을 지녔다. 나사가 망가질까 봐 막연히 두려워하며 다리를 건설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사가 빠질 확률을 계산해 이를 극한으로 낮춘 뒤 다리를 건설하는 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데이터 속 의미와 잡음을 가려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 복잡한 현실을 쪼개 근사치를 구하는 ‘페르미 추정’ 등 어려워만 보였던 과학을 현실 사고에 접목시키는 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사고방식만이 해답이 될 순 없다. 그래서 저자들은 인류의 난제들을 언젠간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낙관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 정치적 양극화 등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당장은 해법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400여 년의 세월이 쌓여 결국 한 수학자에 의해 증명된 것처럼, 실패를 단서 삼아 문제를 수정하려는 끈기가 필요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전략은 일상 속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실용적 도움을 주는 중요한 ‘무기’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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