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우리, 하나, 비씨 등 8개 전업 카드사는 다음 주 ‘스테이블코인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칭)를 발족시키고 첫 번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여신협회는 강형구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을 연사로 초청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TF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추세에서 카드업계의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이용자와 거래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결제 플랫폼의 중심이 카드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더 늦기 전에 업계 차원의 고민을 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업 카드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고민하기로 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카드업권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송금, 환전 등 과정에서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를 거치지 않고 상점 주인과 직접 거래한다. 그만큼 카드사들이 제공해온 결제 시장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은 전통 카드사보다 커진 상황이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 코인글라스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약 27조6000억 달러(약 3경7790조 원)어치 거래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신용카드 시장의 90%를 독식 중인 비자·마스터카드의 총 거래액(25조7000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반 개인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이 생소할 수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일상화됐다는 얘기다.
● 비자·마스터카드, 가상자산 회사와 동맹
글로벌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공습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상자산 업체들과 잇달아 손을 잡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 중인 만큼 ‘전략적 동맹’을 맺어 결제 시장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비자는 아프리카 가상자산 거래소 ‘옐로카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년 전 업계 최초로 서클(USDC)을 통한 결제를 허용한 데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발행할 계획까지 품게 된 것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코인베이스 원 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상품은 최대 4%의 캐시백을 비트코인으로 받을 수 있다. 마스터카드 역시 전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OKX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들이 앞다퉈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비즈니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스테이블코인이 계속해서 일상에 깊숙이 침투할 경우 기존 금융사들의 사업 모델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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