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결제 환전 수수료 없어”… 홍콩-싱가포르 노점서도 일상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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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혁신 갈라파고스 된 한국] 〈2〉 亞 금융강국, 편리한 ‘코인 경제’
QR코드로 노점-대중교통 결제… 환전-가맹점 수수료 없어 비용 절감
홍콩, 최초 스테이블코인 조례 실시… 싱가포르 “민간 중심 다양한 시도”
“소매 넘어 기관-국경간 결제 기대”

홍콩 완차이의 한 카페에서 가상자산 애플리케이션(앱) ‘레돗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커피 값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결제가 이뤄졌다. 홍콩=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홍콩 완차이의 한 카페에서 가상자산 애플리케이션(앱) ‘레돗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커피 값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결제가 이뤄졌다. 홍콩=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6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근처의 과일주스 판매 노점. 카드 단말기도 없는 이곳에서 손님들은 가상자산과 연결된 QR코드를 읽어 결제를 했다. 웡 메이링 씨(22)는 “QR코드를 읽을 수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노점에서도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세한 노점에선 아직 가상자산 결제가 보편화돼 있지 않지만 싱가포르에선 고급 상점부터 골목 상점까지 가상자산으로 결제가 가능했다.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면 계좌로 송금하거나 신용카드를 쓸 때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아시아의 금융강국인 싱가포르와 홍콩에선 이미 일상에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기자가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직접 코인 결제 일상을 체험해 봤다.

● 소상공인들 “코인 쓰면 가맹점 수수료 없어”

가상자산 중에서도 한국에선 발행이 불가능하고 결제가 제한적인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와 같이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자산이다. 다른 코인과 달리 가격 안정성을 갖췄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결제 속도가 훨씬 빠르다.

홍콩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쓸 수 있었다. 지난달 3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2층 시티버스를 타며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해 버스 단말기에 찍었다. 가상자산 결제용 애플리케이션(앱) ‘레돗페이’였다. 그날 밤 레돗페이 계좌에 충천해 놓은 테더(스테이블코인) 5.7USDT(약 8000원)가 빠져나갔다.

레돗페이는 홍콩 핀테크 스타트업 레돗페이가 만든 결제 앱이다. 달러, 유로화, 파운드 등 실제 통화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USDT), 서클(USDC) 등 가상자산 결제가 가능하다. 계정을 만든 뒤 10달러를 내고 앱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레돗페이 앱의 결제 방식은 체크카드와 비슷했다. 대중교통을 제외한 결제는 사용 즉시 계좌에서 가상자산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수수료 1%가 붙지만 환전 수수료는 따로 없다. 반면 일반 신용카드로 현지 매장에서 결제하면 비자, 마스터 등 국제 결제망 브랜드 수수료에 환전 수수료가 붙는다. 또 신용카드는 2, 3일 뒤의 환율이 적용돼 환차손을 볼 수 있지만 가상자산 결제 앱은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편리하다.

소상공인들도 가맹점 수수료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레돗페이 관계자는 “카드 결제와 가상자산 환전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가맹점이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앱 ‘그랩’을 활용했다. 호출형 승차 공유, 음식 배달, 결제, 숙소나 여행지 예약 등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이 광활한 네트워크 덕에 가상자산 결제를 빠르게 넓히고 있었다.

앱에서 가상자산을 결제할 땐 신속함이 돋보였다. 지난달 5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수화물을 기다리며 레돗페이 앱에 있던 테더를 전부 그랩으로 옮겼다. 가상자산이 국경을 넘는 데는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네트워크 비용으로는 1USDT가 부과됐다. 적용된 환율은 1USDT에 1.26싱가포르달러였다. 공항 환전소의 환전 환율(1달러에 1.13싱가포르달러)보다 유리했다.

● 홍콩에 상장된 가상자산 현물 ETF 7000억 원

홍콩과 싱가포르는 ‘금융 허브’에 이어 ‘크립토 허브’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곳 모두 관(官)의 입김이 강한데도 가상자산 정책은 민간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세계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실시한 홍콩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 3곳과 소통하며 발행을 준비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얻은 기업은 홍콩달러, 달러,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여차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보다 홍콩에서 먼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홍콩은 지난해 4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동시에 상장시키며 크립토 선두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비트코인 ETF를 내놓은 미국보다 한발 늦었지만, 이더리움 ETF는 오히려 빠르게 선보였다. 홍콩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순자산은 7000억 원 규모다.

싱가포르는 금지된 게 아니면 일단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덕에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됐다. 스타트업 스트레이츠X는 싱가포르달러(SGD),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발행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형태의 결제를 도입하기 위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2023년 8월 SGD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를 확정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제 결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서클, 체인링크 등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로 구성된 ‘웹3 하버’의 개리 리우 회장은 “소매 결제도 흥미롭지만 업계가 더 기대하는 건 기관 간 거래와 국경 간 결제”라며 “무역 금융이나 대출, 해외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거의 즉시 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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