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 격차 1%P대로 줄어
운신 폭 좁았던 한은, 여력 생겨
금리 인하 기대에 코스피 최고치
8월 가계대출 급증-집값 오름세… “내달엔 동결, 11월 인하할 수도”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니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발표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준은 다음 달과 12월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대로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피가 다시 반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 한미 기준금리 격차 1.75%포인트로
18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너무 벌어지면 이율이 높은 미국 시장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할 수 있는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로 이러한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 연준은 17일(현지 시간) 이틀 일정의 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00∼4.25%로 결정했다. 이로써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줄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정책과 경제지표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은 상존한다”며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은도 미 연준과 보폭을 맞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보고 있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1960년 이후 4차례뿐이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만 받았던 숫자였다. 그만큼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무역협상이 난항을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내수 경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둔화에 대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10월에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이 9개월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 운신의 폭이 좁았는데 이제는 한은도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리 인하 기대감에 코스피 사상 최고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코스피는 18일 전 거래일 대비 1.40% 오른 3,461.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11거래일 연속 상승장 랠리를 멈췄지만 다시 반등하며 1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점(3,449.62)을 이틀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94% 오른 주당 8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13개월 만에 ‘8만 전자’에 복귀했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5.85% 오른 3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엔 35만7000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다만 가계부채와 집값 증가세는 향후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데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집계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보다 4조1000억 원 늘었다. 월간 증가액이 7월에는 2조7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2% 올랐다. 9월 둘째 주에도 전주 대비 0.01% 올랐는데 2주 연속 상승했다. 이러한 추이를 더 살피기 위해 10월이 아닌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는 11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분석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는 데다 22일부터 2차 민간 소비쿠폰을 지급해 소비가 진작되면 경기 지표가 좋아질 수 있다”며 “한은이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11월에서야 인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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