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신청 수도권 몰리는데
전력난 심각해 추가 설치 어려워
전기료 감면 등 지방 분산 유인책을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전기 공급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기업들이 수도권에만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몰린 탓입니다. 수도권은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한데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줄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수도권에 데이센터 사용 목적으로 신청한 전기량만 20GW(기가와트)에 달합니다. 이는 1GW 원전 20기를 설치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지방의 전기를 끌어오기 위한 송변전 설비 구축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전 20기에 해당하는 전기를 새로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기업들은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도권에 지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지방 인프라를 기피한다고 합니다. 지방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을 보내기가 어렵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발빠른 대응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기를 주지 못하는 정부와 지방으로 가지 않으려는 기업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추가 설치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정부는 한국을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들이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전기료를 깎아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방에 전문인력들을 유인하기 위한 정주여건 개선도 필요합니다. 전기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건설, 투자회사들의 이른바 ‘전기 알박기’ 단속도 필요합니다. 한전에 접수된 전국 데이터센터 사용 목적의 전기 신청 중 88%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무관한 기업들이 냈습니다. 이들 비(非)ICT 기업은 미리 전기를 확보해서 사용권을 파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실제 전기가 필요한 업체가 알박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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