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이어 관제사도 해외유출… “급여 높고 정년없어”[자동차팀의 비즈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근무여건 좋은 중동-홍콩으로 이직
“현재도 부족, 추가유출땐 안전 우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관제탑에서 관제사가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지상 이동을 관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작년까지 수도권 공항에서 일하던 20여 년 경력의 관제사 A 씨는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관제사로 이직했습니다. A 씨는 “연봉이 2배로 올라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뒷바라지가 수월해졌다”고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경력 7년 차 관제사 B 씨도 올해 초 사직서를 내고 홍콩 관제사로 취업했습니다. 홍콩의 높은 월세 비용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이를 합치면 급여가 5배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관제탑에서 조종사와 소통하며 이착륙을 지시하고, 항공기의 이상 접근이나 충돌을 방지하는 항공교통 안전의 ‘마지막 보루’ 관제사들이 잇따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3∼4명이 UAE나 홍콩으로 떠났습니다. 조종사가 고액 연봉을 주는 해외 항공사로 이직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국가공무원 신분인 관제사의 해외 이직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이직 관제사들은 높은 급여만 매력적인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A 씨는 노후 걱정을 덜었습니다. 아부다비 관제사는 정년이 없어 항공신체검사에서 적합 판정만 받으면 60세가 넘어도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 씨는 홍콩의 교육훈련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그는 “항공사고 조사 등 다른 업무를 원할 경우 필요한 지원이나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며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도 최근 외국인 관제사를 대거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관제사들이 술렁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제사 수를 줄였다가 최근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서 ‘즉시 투입’이 가능한 베테랑 관제사가 급히 필요해진 탓입니다. 채용 문이 넓어지면서 영어 능력 등 높았던 요구 수준은 다소 낮아졌습니다. 하루 약 1200대의 항공기를 관제하는 등 공항 운영 규모도 인천공항과 비슷해 한국 관제사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추가 인력 유출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국토부 노조 항공특별위원회 측은 “한국의 공항 수와 항공 교통량을 감안하면 필요한 관제사 수가 550명은 돼야 한다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권고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관제사 수는 400명 정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이 추가로 유출되면 항공 안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제사#해외 이직#인력 유출#항공교통 안전#항공 수요 회복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