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도 협상 타결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관세 이외의 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관세와 방위비 등을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린스조지스=AP 뉴시스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 측에 제시할 카드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상호관세 추가 유예는 없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되 내줄 것은 내줘야 유의미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단 취지다.
14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협상안에 ‘맨데이트(mandate·권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미국과의 협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제시할 우리 측 카드를 산업부 단독으로 마련할 수 없는 만큼 관계 부처, 국회와의 논의를 통해 협상안의 내용이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 본부장은 “이번 주에는 국내에서 우리의 협상안을 충실히 만들고 이후 미국에 가서 정말 ‘랜딩존(landing zone·착륙 지점)’을 염두에 두고 주고받기 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8월 전 최소 한 차례 이상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리와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쌀·소고기·과일 시장 개방, 디지털 교역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완화는 우리가 미국 측에 제시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규제는 전 세계에서 사실상 한국만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며 “미국 측은 우리가 이를 철폐하면 소고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검역 등 관련 절차를 없애고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꼽히는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폐지 또한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의제 중 하나다. 구글 맵 관련 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해달라는 구글 측의 요구에 한국 정부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불허해왔다.
● ‘들끓는 농(農)심’ 광우병 사태 재연 우려도
아직 미국과의 구체적인 협상안이 마련되기 전임에도 농축산물 수입 확대 방안을 향한 반발 여론은 불붙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농연은 “동식물 위생·검역 등 비관세 장벽 규제 완화는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당시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로 큰 혼란이 불거진 바 있다. 30개월령 이상 소에서 광우병(BSE)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위험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이후 한국은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정부 내부의 의견 조율도 숙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탓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광우병 사태를 겪은 소비자가 여전히 미국산 소고기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사과 수입 역시 지자체 단위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경북도의회와 경북 청송군의회, 전북 장수군의회 등이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는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미국은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조속한 합의를 서두르라는 취지로 한국을 향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은 관세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협상하고 싶어 한다”며 “한국은 지금도 꽤 높은 관세를 내고 있지만,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로 예고한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추가 기한 연장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충분히 좋은 합의를 갖지 못했다고 여기면 관세를 진짜로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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