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 15% 관세에 韓기업 대미 현지 생산 증가 예상
경기·경남·광주·충남·울산 미 수출 비중 높은 지역 타격↑
삐걱대는 한미 관세협상…자동차·부품 업계 위기감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품목별 관세 25%를 부과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수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업들은 미국 현재 생산을 강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현지생산 강화는 관세 부과에 따른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한 당연한 행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경우 지방 경제와 자동차 부품 업체 수출 타격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기감도 높은 상황입니다.
27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한국GM은 지난해 총 29개 모델 148만대를 미국에 수출했고, 업체별 수출 비중은 54.3%, 37.5%, 84.4%에 달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46.7% 수준인데 현대차와 한국GM은 평균치보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GM의 경우 10대를 생산해서 8대 이상을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셈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높은 대미 수출 의존도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1년 30.3% 2022년 34.4% 2023년 35.1% 2024년 36.5%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 비중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5% 관세를 부과 받았다는 것은 종전 1000만원에 팔았던 제품을 1250만원에 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생산 비용은 그대로인데 판매 가격이 높아진 만큼 기업에게 좋은 상황 아닐까’라는 의문과 함께 ‘1000만원을 주고 살 수 있었던 차량을 1250만원에 구매해야 하는 만큼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일 수 있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동급의 차량의 경우 1000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특정 제품을 1250만원에 판매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세 부과 이후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이런 이유로 4월 이후 기업들은 관세 부과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분을 생산업체, 현지 판매업체 등과 나눠 감내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미국 시장이라는 판매처를 지키겠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품목별 관세 25% 부과 시기가 길어지면서 기업들도 더 이상 판매가격 동결은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판매가격 인상을 통한 소비자에게 가격 전가를 하지 않으면 이윤 창출이 더는 힘든 상황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판매가격을 많이는 아니더라도 소폭 인상하면서 미국 내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감소시키고 미국이라는 시장 내에서 우리나라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이 최근 기업들의 변화된 전략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25% 수준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도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요인입니다. 국내 생산 차량을 미국에 수출해도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 4년간 2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결정한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내 연산 7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신규공장 가동 확대를 통해 최대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세부적으로 현대 앨라배마 공장(36만대),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2024년 말 가동을 개시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생산량은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하며 대미 수출물량의 약 50%를 현지 생산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완성차 업체의 전략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생산량을 줄이면 그만큼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조달 비중도 감소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지역 경제도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별 자동차 대미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울산 지역에선 14개 모델, 152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57만대를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대미 수출 비중은 37.2% 수준입니다.
경기 109만대 중 38만대(35.4%), 경남 18만대 중 20만대(110%), 광주 57만대 중 16만대(27.4%), 충남 29만대 중 8만대(16.5%) 등입니다. 경남에선 재고물량까지 미국 수출에 오르면서 생산량보다 높은 수출 비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 수출길에 오르고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는데 미국 현지 생산이 증가할 수록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줄어들 수 있고 2~3차 협력사와 지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하는 2+2 한미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의 일정 취소로 협상은 뒤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측에선 농축산물 수입 대신 조선업 협력을 앞세워 미국 투자액을 늘리는 방안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미국이 협상 카드에 만족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호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는 8월1일 이전에 한미간 협상 타결을 통해 품목별 관세를 낮추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당분간 대미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기업은 물론 생산 거점이 있는 지역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은 기간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서둘러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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