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증시 널뛰기’ 한방 노리는 단타족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4일 00시 30분


큰돈 번 투자자 보며 “뒤처질라”
10대까지 매매 가세해 ‘단타 중독’… “용돈 쉽게 벌려다 500만원 잃어”
지난달 코스피 회전율 1년새 2.5배↑… 전문가 “안정적 자산 형성 어려워”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손을 뗄 수가 없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사팔사팔(주식을 짧은 시간 사고팔기를 반복)’ 해야 하니….”

경기 수원시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20대 정모 씨는 “근무 중에도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인하느라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월 40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정 씨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이후 커진 코스피 변동성에 올라타 단타 매매를 이어 오고 있다. 주식에 정신이 팔려 최근 상사에게 ‘업무 기한을 잘 지켜 달라’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사무실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식 동향을 살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스피 ‘불장’에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변동성까지 더해지며 지난달 코스피 회전율이 1년 전의 2.5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는 물론 최근에는 10대 청소년까지 단타를 통해 얻은 수익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며 자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타 중독’이 건강한 투자도 아닐뿐더러 중장기적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 지난달 코스피 회전율, 1년 전의 2.5배로

올해로 직장인 3년 차가 된 이모 씨(30)는 지난달에만 60번 이상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이 씨는 “하루 코스피 급등락이 이렇게 심한데, 이런 장세를 이용하지 않고 보고만 있으면 오히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회전율은 36.55로 전년 동월(14.85)에 비해 약 150% 증가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의 주식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이뤄졌다는 뜻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매매를 거듭하는 ‘단타 중독’에 빠진 투자자가 적지 않다. 대학생 최모 씨(25)는 인스타그램에 “3배 레버리지 상품 위주로 들어가 한 주간 5000만 원을 벌었다”며 수익이 찍힌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댓글에는 ‘멋있다’, ‘부럽다’, ‘종목 알려 달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의 단타 투자는 해외에서도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하루 10% 넘게 움직인 코스피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두고 “도대체 기관들이 왜 데이트레이딩(단타 매매)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종말의 징후 중 하나(one horse of the apocalypse)”라는 표현까지 썼다.

● “단타는 ‘도박’, 안정적 자산 형성 방해”

단타 투자자는 단타로 큰돈을 번 투자자들을 보며 포모(FOMO·소외 공포)에 휩쓸려 투자를 시작하지만, 정작 단타로 인해 돈을 잃는 경우가 많다. 취업준비생인 한모 씨(28)는 “백수 신분으로도 한 달 용돈은 쉽게 벌겠다 싶어 단타를 시작했다가 500만 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치 투자에 집중하고 복리 효과를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투자의 본질은 유망한 기업에 가치 투자를 해 결실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단타로 운 좋게 몇 번 수익을 낼 수 있을진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건 웬만한 고수도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타 거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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