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인구보다 늘어난 간병 직장인
업무 차질로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
BOA, MS 등 간병 직원에 지원 강화
다양한 요구 반영한 맞춤형 혜택 늘려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 가족을 돌봐야 하는 직장인의 부담이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 즉 부모를 돌보는 직장인이 2300만 명으로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직장인(2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가가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 서비스는 비용이 비싼 가운데, 직장인들이 한창 일해야 할 시점에 가족 돌봄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S&P글로벌의 2024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하는 간병인의 절반이 돌봄 때문에 업무 일정을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직하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게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노인 간병인의 45%가 45∼64세로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여성이 59%로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인 돌봄에 할애했다. 또한 21%는 18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어 노인과 자녀 양쪽을 모두 부양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노인 돌봄의 부담은 기업 입장에서 생산성 손실과 운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이 구성원들의 노인 돌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7-8월 호에 실린 아티클 ‘회사에 노인 돌봄 정책이 필요한 이유’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간병 직장인 “더 많은 지원 필요”
미국의 고령화 전문 컨설팅 업체인 에이지웨이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간병인 역할을 하는 성인 직장인 800명 중 92%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믿을 수 있고 저렴한 전문 간병인에 대한 정보, 재정 지원, 커뮤니티로부터의 지원 등이었다. 간병인에 대한 기업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다. 노인 간병을 위한 유급 가족 휴가를 제공하는 기업은 25%, 보조금을 지원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19%에 불과했다. 회사는 간병인 역할을 하는 직원 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직원들 스스로도 자신을 ‘돌봄 제공자’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잘 알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이 노인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 이용 가능한 혜택과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다.
● 커뮤니티 등 지원 늘리는 글로벌 기업
일부 글로벌 기업은 선도적으로 노인 돌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생산성 향상, 장기 근속 장려를 목표로 모든 생애 단계에 걸쳐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일례로 직원을 대신해 돌봄을 지원하는 노인 돌봄 전문가와 소정의 본인 부담금으로 연간 최대 50일간 사용할 수 있는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이 정보를 찾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부모 및 간병인 네트워크’라는 글로벌 포럼도 운영한다.
바이오 제약 회사 애브비는 “가족의 요구가 충족될 때 직원들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철학으로 간병 직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간병인 찾기, 법률 문제 해결, 유연 근무제, 유급·무급 휴가, 컨시어지 서비스, 정신 건강 지원 등의 혜택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간병인들이 돌봄 혜택을 더 쉽게 찾고 이해한 후 사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도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부터 주 간병인 역할을 하는 직원에게 간병 관련 서비스에 대한 혜택과 할인을 제공했다. 특히 직원이 요양원 및 호스피스 시설, 가정 중에서 맞춤형 간병 옵션을 찾고 계획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 환자 간병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설계했다.
● 리더의 솔선수범 및 경험 공유 필요
기업들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비즈니스도 성장하고 있다. 브라이트 호라이즌은 현재 10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에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접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이 돌봄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과제와 지속적인 돌봄 조율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코칭 및 계획 수립 제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수급자의 필요에 맞는 적절한 돌봄 인력을 연결해주는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의 리더들은 노인 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때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파악해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또한 간병 직원을 지원하는 데 모든 직원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특히 리더가 솔선수범해 노인 돌봄의 경험을 공유하고 부하 직원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이들이 간병과 업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전 많은 여성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육아가 남녀 직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리고 오늘날 육아 지원은 똑똑한 조직이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고령화로 인해 많은 직장인에게 노인 돌봄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며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모든 직원, 특히 업무 기여도와 돌봄 책임이 큰 중년 직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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