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로 정년 연장되면 5만여 명 은퇴 늦춰져”

  • 동아일보

코멘트

기업, 고령정규직 1년 더 고용 추산
‘AI 변수’ 겹쳐 청년채용 급감 우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65세 법정 정년연장입법 연내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05 서울=뉴시스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년이 현행 60세에서 61세로 1년 연장되면 5만 명이 넘는 정규직 고령자의 은퇴가 늦춰질 것으로 추산됐다.

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964년생 상용근로자 수는 59세 때인 2023년 29만1000명에서 60세인 지난해 23만7000명으로 약 5만5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계속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취업자로 통상 안정적인 정규직을 의미한다.

1960∼1964년생 상용근로자 수는 59세에서 60세로 넘어갈 때 평균 5만6000명 줄었다. 감소율은 20.1%였다. 법정 정년에 도달해 정년퇴직하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한 영향이다.

정년이 현행 60세에서 61세로 1년 연장되면 59∼60세 구간에서 나타난 근로자 감소가 60∼61세 구간으로 유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5만6000명의 고령 정규직을 1년 더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어날 경우 청년 근로자는 약 1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 60세 정년이 의무화될 때와 달리 지금은 인공지능(AI)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며 “정년 연장이 AI로의 대체를 촉진시켜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더 혹독할 것”이라고 했다.

청년 선호 대기업 일자리, 정년연장 타격 커


정년 61세땐 5만여명 은퇴 유예
60세 연장때도 청년고용 17% 줄어
“임금 유연화 등 제도개선 병행돼야”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 고용 감소 효과는 대기업과 같이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 퇴직에 따른 상용근로자 감소 폭이 대기업에서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1964년생 상용근로자 수는 2023년(59세) 4만5000명에서 지난해(60세) 2만5000명으로 44.5% 급감했다. 1960∼1964년생 상용근로자가 59세에서 법정 퇴직 연령인 60세로 넘어가는 시점의 평균 감소율은 43.3%로 전체 상용근로자 감소 폭(20.1%)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60세 정년 의무화가 적용된 이후 청년층 고용이 실제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및 장년고용에 미친 영향’ 보고서는 60세 정년 연장 시행 시점인 2016년 청년 고용이 법 개정 이전인 2010∼2012년에 비해 16.6%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청년 고용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기준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층 취업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대 이하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월 기준 46.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8년 이후 역대 최소치다. 신규 채용 비중은 2022년 2월 51.4%에서 3년 연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임금체계에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노사가 계약을 통해 임금을 유연화할 수 있도록 한 상태에서 정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역시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경직성을 그대로 둔 채 법정 정년만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 위축, 조기 퇴직 증가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퇴직 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유연한 계속근로 방안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올 4월부터 65세 고용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 일본이 참고 사례로 꼽힌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근로자가 원한다면 기업이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했다. 일본은 이를 위해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 연령을 높이며 노사합의 과정을 거쳤다. 또 기업 특성에 따라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 부담을 줄였다. 지난해 6월 기준 99.9%의 일본 기업이 3가지 방식 중 하나로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정년 연장#청년 고용 감소#상용근로자#60세 정년 의무화#노동시장 유연성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