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열린 ‘더 CJ컵’서
‘하우스 오브 CJ’ 선보여
계열사 대표 문화상품 총망라
지속가능 마케팅 플랫폼 구축
지난달 1일(현지 시간)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열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 대회장에 조성된 복합 문화 소개 공간 ‘하우스 오브 CJ’. CJ 제공
5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막을 내렸다. 성대한 골프의 향연 한복판엔 모든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또 다른 주연이 있었다. 한식을 포함해 음악, 뷰티 등 K컬처의 정수를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하우스 오브 CJ’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녀 카이 매디슨 트럼프가 ‘하우스 오브 CJ’ 내 비비고 행사장을 찾아 만두를 맛보고 있다. CJ 제공하우스 오브 CJ는 CJ그룹이 K컬처와 CJ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대규모 복합 문화 소개 공간이다. ‘맛! 멋! 재미!’라는 콘셉트에 맞춰 CJ 대표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K컬처 축제의 장으로 꾸몄다. 행사장 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행사장에선 한국식 ‘만두(mandoo)’와 BBQ 소스를 맛본 갤러리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손녀 카이 매디슨 트럼프도 이곳을 깜짝 방문해 “매우 훌륭하다”며 비비고 만두를 극찬하기도 했다. K뷰티 대표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올리브영의 파우더룸, CJ ENM이 마련한 K팝 음악·영상 콘텐츠 존, 270도 파노라마 영상을 구현하는 CGV의 스크린 X 시연장, 한국 디저트 문화를 선보인 TLJ(뚜레쥬르) 코너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렸다. 경기 도중 내린 6시간의 폭우에도 불구하고 대회엔 총 18만 명이 넘는 갤러리가 몰려 TPC 크레이그 랜치 역사상 최다 방문객 기록을 세웠다. 수많은 현지 골프 팬은 더 CJ컵과 하우스 오브 CJ를 통해 한국 문화와 CJ라는 브랜드를 뇌리에 각인했다.
하우스 오브 CJ는 단순한 홍보관이 아니다. CJ의 문화사업 비전과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집약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CJ는 2024년 바이런 넬슨이라는 유서 깊은 PGA 골프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나아가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더 CJ컵에선 하우스 오브 CJ를 통해 K컬처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스포츠로 시작해 문화로 확산하는 전략을 통해 CJ는 미국 현지에 지속 가능한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6월 1호(418호)에 실린 CJ의 글로벌 스포츠-문화 마케팅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골프 마케팅 성과
CJ그룹이 골프 마케팅에 착수한 것은 약 25년 전이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 비해 대중성은 떨어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차별화 여지가 있었다. 개인 성적을 겨루는 스포츠인 만큼 수준급 선수를 키운다면 글로벌 무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타 스포츠와 달리 상업적 제약이 적고 스폰서 브랜드 노출도 유리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후원에 나선 CJ는 2001년 제주 나인브릿지, 2009년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등 수준 높은 골프장을 조성하고 직접 대회까지 개최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계속된 투자는 2017년 제주에서 열린 ‘더 CJ컵 앳 나인브릿지’로 이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정규 PGA투어다. 김유상 CJ 스포츠마케팅 담당 경영 리더(상무)는 “정확도, 정직함, 열정이라는 골프의 속성이 CJ가 추구하는 브랜딩 포인트와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하우스 오브 CJ’를 찾은 방문객들이 한국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과 K푸드를 즐기고 있다. CJ 제공CJ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0년 제주를 떠나 더 CJ컵 개최지를 미국으로 옮긴 데 이어 2024년 결정적인 선택을 한다. 1944년부터 이어진 텍사스 댈러스 지역의 대표 골프 대회, 바이런 넬슨과 손잡고 대회를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텍사스는 서부 개척 문화와 미국 남부 특유의 정서가 섞인 ‘미국의 정체성’이 담긴 지역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GDP 2위(2023년 미국 상무부 자료 기준)이자 유망 기업과 젊은 인재들이 활발하게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CJ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지역 분석을 통해 텍사스를 최적의 거점 지역으로 판단했다. 이후 바이런 넬슨의 기존 메인 스폰서였던 AT&T의 기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24년 10년간의 후원 계약에 성공했다.
●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용
CJ는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연계를 통해 마케팅 성과를 끌어올렸다. 1968년부터 이 대회를 주최해 온 세일즈맨십 클럽 오브 댈러스(SCD)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SCD는 지역사회 리더 600여 명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비영리 조직이다. CJ는 SCD 회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현지 SCD 조찬 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면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실질적인 공유가치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 상무는 “SCD 회원들에게 지역 정보, 인적 네트워크, 직접적인 계약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며 “TLJ(뚜레쥬르)나 CJ대한통운 아메리카 등 주요 계열사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CJ는 하우스 오브 CJ를 구축하는 과정을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로 삼았다. 지주사 스포츠마케팅팀이 기본 골격을 세우고 각 계열사에서 핵심 소구 포인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꾸준히 의견을 나눴다.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로의 역할과 가치, CJ 브랜드의 정체성과 전달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며 각 계열사는 자신의 브랜딩 목표를 CJ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 구조 안에서 풀어낼 수 있게 됐다.
CJ는 더 CJ컵과 하우스 오브 CJ를 단발성 성공 사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스포츠-문화마케팅 플랫폼’으로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나아가 이 경험을 다른 스포츠-문화마케팅이나 계열사 간 시너지가 필요한 브랜딩 사업의 자양분으로 삼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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