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더 나은 작업 방식을 찾으려는 동기를 가질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고용노동법은 종업원 50인 이상 사업장이 전체 근로자의 약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하는 대신 벌금을 택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3년도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업들이 낸 부담금은 약 9180억 원에 달한다.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라도 실질적인 통합은 현저히 부족하다. 일부 기업은 장애인 직원을 비대면 업무에 배치하거나 단순 반복 노동만 하도록 해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실질적인 협업 기회를 막는다.
경영학계 역시 그동안 장애인 고용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존 논문들은 주로 고용 비용 절감 방안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 최근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은 ‘장애 동료가 혁신을 이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제조업 생산 라인에서 신체 장애를 가진 동료와 협업할 경우 기존 설비나 업무 프로세스가 장애인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이런 불편함이 더 나은 작업 방식을 찾게 유도하고 인지적 유연성을 키우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독일의 한 자동차 생산업체에서 실제로 검증됐다. 이 업체는 독일 내 장애인 고용 할당을 충족시키기 위해 장애 등록 종업원을 채용하고 이들을 비장애인 직원들과 동일한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더불어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 및 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 팀 내에 장애인 동료가 많을수록 혁신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왔다. 장애인 직원의 존재가 팀원들에게 기존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장애인의 관점에서만 보이는 업무의 비효율성을 자각하게 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아이디어들은 장애인 직원만을 위한 개선책이 아니었다. 비장애인 직원들도 평소 알아채지 못했던 업무 중 비효율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이 장애인 고용 할당을 회피하거나 고용하더라도 낮은 임금의 단순 업무에 배치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사실상 분리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처럼 보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창의성 증대 효과가 생산직 업무를 넘어 사무직 업무 환경에서도 나타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업무에 통합하며 기업 내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장애인 고용을 단지 벌금을 피하는 수단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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