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 중인 A 씨는 중학생 손자에게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다. 소액이라 별도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세금을 낼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김도훈 KB국민은행 WM추진부 세무전문위원A. 개인이 국내 상장 주식을 양도하면 원칙적으로 이는 비과세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주주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장 주식의 대주주 △상장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한 소액주주 △비상장 주식을 양도한 주주 등은 국세청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대주주 여부는 지분율과 시가총액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대주주가 된다. 지분율 요건은 시장마다 조금씩 다른데 코스피는 1% 이상, 코스닥은 2% 이상, 코넥스는 4%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시가총액 요건으로는 시장 구분 없이 공통으로 50억 원 이상이면 대주주가 된다.
판단 시점은 주식 양도일이 속한 사업 연도의 직전 사업 연도 종료일을 기준으로 한다. 직전 사업 연도 현재 지분율 또는 시가총액이 대주주 기준에 해당하거나, 직전 사업 연도 종료일 당시 대주주가 아니었더라도 이후 주식을 취득하여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대주주가 된다. 시가 총액 50억 원은 직전 연말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분율은 직전 연말과 양도 당시 두 시점을 모두 검토하여 대주주 여부를 판단한다.
사례에서 A 씨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자에게 온라인으로 주식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상장 주식을 ‘대체 출고’ 방식으로 이전한 것인데, A 씨는 출고 사유를 입력하며 ‘양도’와 ‘증여’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고 ‘양도’라고 입력했다. 그 결과 상장 주식을 장외 거래한 걸로 처리돼 국세청이 양도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보내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장외 거래’란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모든 거래를 통칭한다. A 씨처럼 손자에게 직접 주식을 이체할 때도 장외 거래로 분류가 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세는 반기 말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예정신고, 납부 의무가 있다. 1월부터 6월까지의 거래에 대해서 8월 말까지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다.
A 씨의 거래에서 짚어볼 실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양도와 증여의 개념을 혼동했다는 점이 아쉽다. 양도는 상대방에게서 대가를 받고 재산을 이전하는 거래인 반면 증여는 대가 없이 무상으로 이전하는 거래다. A 씨의 의도는 손자에게 대가 없이 무상으로 주식을 이전하는 것이었을 테다. 이때는 ‘양도’가 아닌 ‘증여’를 선택해 대체 출고를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것도 A 씨가 놓친 부분이다. 증여 과정에서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큰 실수다.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 재산 공제 한도는 2000만 원까지다. A 씨는 주식 시세를 2000만 원 정도로 대략 맞춘 만큼 세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신고하지 않았다. 문제는 세법상 증여 주식 가치의 평가 방법을 증여 당일의 시가로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장 주식의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 동안 매일의 거래소 최종 시세 가액의 평균액’으로 산정한다. 증여일 이후 주가가 상승할 때는 실제 증여가액이 2000만 원을 초과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A 씨가 처음부터 대체 출고 사유를 ‘증여’로 정확하게 입력했거나 증여세를 기한 내에 신고했다면, 국세청으로부터 불필요한 안내문을 받지 않았을 수 있다. 결국 세법상 정해진 절차와 신고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소명 절차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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