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2분기에는 한국 반도체 기업을 주목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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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1분기(1∼3월) 한국 증시는 조선·방산 등 산업재 섹터가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하며 조선주가 주목받았고, 글로벌 국방비 증가 수혜로 방산주가 강세를 보였다. 이들 업종은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고 ‘강달러’ 수혜까지 누릴 수 있어 한국 시장의 주도 종목으로 주목받았다.

이제 시작될 2분기(4∼6월)에는 반도체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과 레거시(구형) 반도체 수요 부진 탓에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상반기(1∼6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올해 초부터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계약 가격의 인상이 관찰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빠듯한 수급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우려로 서버에 탑재되는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향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고객사들에 통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샌디스크가 4월부터 낸드 가격 인상을 본격화하는 등 업황의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 측면에선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매력이 돋보인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인공지능(AI) 랠리에서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등 AI 가속기와 HBM 테마 수혜 기업들의 성과가 확연히 좋았다. 반면 전통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는 철저히 소외됐다. 하지만 올해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엔비디아와 TSMC 주가는 연초 대비 10% 이상 하락한 데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5% 이상(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동종 기업 대비 저평가된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실적이 좋은 구간에서는 피크 아웃(정점 기록 후 하락) 우려로 주가가 부진하고 실적이 부진한 시점에는 턴어라운드 기대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HBM 반도체 시장이 열린 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가 HBM 매출 비중 확대로 지난해 차별화된 실적 성장을 보여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레거시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았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을 통한 공급 조절로 가격을 방어했다. 최근 수요 변화의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D램은 서버 고객사, 낸드는 모듈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확대되며 계약 가격이 상승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레거시 반도체 실적 부진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적자로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탓에 주가는 장부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적 부진에 다른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작은 반전의 계기가 생긴다면 주가는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지금은 저평가된 매력이 있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야 할 시기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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