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전략은 1기와 유사한 방향을 유지하되, 더 빠르고 강경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기존 무역 질서가 깨지는 ‘룰 브레이킹(Rule-breaking) 시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1기 행정부 때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조차 무력화시키고 있다.
90일 유예 기간이 적용된 주요 품목과는 달리 수입 자동차 및 부품은 25%의 고율 관세가 4월부터 실제로 부과된 상황이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산 5%, 멕시코산 15% 관세를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했지만, 최근 움직임은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가까운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룰 브레이킹 시대에는 적어도 15%의 관세를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에서 판매 비중이 미미한 영국산 자동차에조차 10% 관세를 설정한 것을 감안할 때 한국산 자동차에는 그 이상의 관세율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5% 관세율 가정 시 현대자동차 영업이익 악화 폭은 약 3조870억 원으로 기존 추정치 대비 22.2%에 해당되는 금액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기아 영업이익 악화 폭은 약 2조2920억 원으로, 기존 추정치 대비 18.9%에 해당되는 금액이 비용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생산기지 재배치 및 가격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율 관세가 지속될 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수요 감소이다. 완성차 수요는 상반기(1∼6월)까지는 견조하겠지만, 이는 선수요의 영향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대기수요가 대부분 해소된 만큼, 의미 있는 교체 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반기(7∼12월)부터는 가격 인상과 맞물려 수요 절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을 0.5로 가정하면 연간 120만 대(―7.5%) 수준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며, 이는 코로나19 초기와 유사한 규모의 수요 감소 폭이다.
또한 원화 강세와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완성차들은 수요 감소와 ASP 둔화가 맞물리며 수익성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은 룰 브레이킹 시대에는 기존 시나리오보다 높은 관세율을 기본 가정으로 삼고, 주가 및 실적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산업은 ‘관세율’보다도 반복되는 위협과 정책 변경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핵심 변수이며, 투자전략 또한 이에 맞춘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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