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다시 반등 기류를 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녹색광물 등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원자력도 ‘탄소 없는 고효율 에너지원’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전은 미래 성장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 환경 역시 원전 부활을 거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는 비판적이지만, 에너지 안보와 광물 자립에는 집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 국가 전략 자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올해 5월에는 원자력 행정명령을 통해 소형모듈원전(SMR) 핵심 원료인 농축 우라늄 공급망 강화, 첨단 원자로 검토와 승인 가속화, 규제 개혁, 국가 안보 차원의 원전 활용을 명문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영국과 500억 파운드(약 94조5000억 원) 규모의 원자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러시아산 핵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우라늄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며 비축 확대 계획도 내놨다. 이는 원전을 단순한 에너지 산업이 아닌 안보 산업으로 격상시키는 조치다.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가 빠르다. 최근 원전 관련 투자 상품이 늘고,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비에이치아이 같은 기업들이 소형원전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들은 단순한 내수 의존도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에 참여하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원전기기 제작, 원자로 시공, 보조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미국·유럽 기업들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국내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 상장된 소형원전 관련 지수는 원전 핵심 기업, 수출 경쟁력이 있는 기업, 그리고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수혜 기업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 종목 선정 과정에서도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원전 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기업군을 추출하는 등 한층 정교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한국 원전 기업들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AI 확산은 전력 수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은 안정적 전력 공급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과 신재생은 다시금 국가와 기업, 투자자 모두에 전략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투자자는 단기 주가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AI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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