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상가 임대료 무작정 올리면 독 될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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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패턴 변화에 입지 중요도 떨어져
유동 인구보다 소비 인구가 중요
임대료 무작정 올리면 공실률 올라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A 씨는 동네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곳에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임차인 중에는 줄 서는 유명 맛집도 있다. 그런데 4개월 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임대료를 주변 시세에 맞게 20% 정도 올리려고 하는데, 임대료를 인상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입지 좋은 상가 건물은 알짜 자산으로 통했다. 좋은 입지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나 역세권을 뜻했다. 이런 곳에 있어야 상가의 미래가치(임대수익, 자본수익)를 담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오프라인 구매는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상품 거래액은 2022년 216조 원에서 지난해 259조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상가는 입지에 따라 시세가 달라진다. 유동 인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전부가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소비 인구다. 상권에서는 유동 인구 100명보다 소비 인구 1명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유동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소비 인구로 전환되지 않으면 좋은 입지가 아니다.

예컨대 음식점도 입지만 좋다고 해서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입지가 아니라 맛이다. 강릉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한 커피 전문점이 있다. 주변에 유동 인구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매일 전국에서 찾아오는 소비 인구로 북적댄다.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의 맛을 제공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어도 그 맛집을 찾아간다.

상가 건물의 입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임대료를 한도 끝도 없이 올려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매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상은 장기적으로는 임대인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상가 건물 가치의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 청구는 청구 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5%를 초과하지 못한다.

한때 튼튼한 상권을 자랑했던 가로수길을 보자. 아직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은 주변 상권에 비해 임대료와 공실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가로수길이 속한 신사동의 임대료는 3.3㎡당 30만8800원으로 압구정로데오 상권(17만7800원) 대비 73.7% 높았다. 반면 공실률은 14.3%로 압구정로데오 상권(2.3%) 대비 약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임대료와 공실률이 증가하면 상가 건물의 자본 수익은 떨어진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많은 업종들은 더 이상 상권의 입지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임대료를 올리는 것보다, 기존 맛집과 임대차 재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상가 건물#임대차 계약#알짜 자산#임대료#공실률#자본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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