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처럼” 한우, 고급화 무기로 해외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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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업의 힘, 우리가 키운다] 〈1〉 K농산물 ‘통상 파고’ 넘어 세계로
각국 검역 기준 맞춰 개별 가공
한우 수출액 1년새 24% 늘어

“K팝이 세계를 사로잡은 것처럼 한우도 한 번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 9년째 수출용 한우를 가공하고 있는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해외 시장에서 한우가 성공할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매년 20t가량의 한우가 태우그린푸드를 거쳐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로 수출된다.

14일 찾은 서울 성동구 태우그린푸드 생산장에서는 직원 25명이 분주하게 한우 가공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 상무는 “수출용 한우는 각국의 까다로운 검역 조건에 맞게 개별 가공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는 한우의 고급화된 맛 덕에 비싸더라도 사려는 소비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한우 27.2t이 수출길에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 7.8% 증가한 규모다. 수출액 역시 1년 전보다 23.9% 증가한 180만 달러(약 25억 원)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한우 수출은 2023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시장으로 판로를 개척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올해 5월 제주가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지역으로 인정되면서 신규 시장 개척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은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지 못한 탓에 축산물 수출에 제약이 컸다. 앞서 1월에는 횡성KC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로부터 할랄 도축장 인증을 받으면서 중동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 개방 압력에 시달리는 한우지만 고급화를 무기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를 연다. ‘K-농업의 힘, 우리가 키운다’를 주제로 우리 농산물의 세계적 경쟁력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혁신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국 대표 특산물도 맛볼 수 있다.

AI로 키운 감칠맛 ‘K-비프’, 홍콩-UAE 이어 싱가포르 시장 개척
[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의 힘, 우리가 키운다] 〈1〉 K농산물 ‘통상 파고’ 넘어 세계로
AI가 소 관찰… 사료 주고 축사 환기, 비용 40% 줄고 등급 ‘1++’ 절반 넘어
할랄 인증 받아 중동 시장 확대 나서… 샤인머스캣 등 과일 수출 역대 최대
14일 변정일 씨가 경남 합천군 삼가면 자신의 축산 농장에서 온도감지기 등 자동화 장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변 씨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료 공급, 환기, 질병 관리까지 축사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생산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우량 한우를 길러내고 있다. 합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14일 변정일 씨가 경남 합천군 삼가면 자신의 축산 농장에서 온도감지기 등 자동화 장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변 씨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료 공급, 환기, 질병 관리까지 축사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생산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우량 한우를 길러내고 있다. 합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옛날 소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랐다면, 요즘 소는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자랍니다. 제가 가진 축산 노하우에 인공지능(AI)이란 첨단 기술을 결합했더니 고급 우량 한우가 나왔습니다.”

14일 오후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축산농장에서 만난 변정일 씨(47)는 스마트폰으로 소의 체온과 활동량을 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축사 곳곳에 설치된 AI 카메라 16대는 사각지대 소의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자 폭염 저감 장치인 쿨링포그가 자동으로 가동됐다.

● 스마트축산으로 만든 고소함과 감칠맛

변 씨는 1400m²(약 420평) 규모의 두 동 축사에서 번식우·육성우·송아지 등 179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그의 농장은 업계에서 ‘스마트축산 롤모델’로 꼽힌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와 AI를 활용해 축사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관리하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사료 공급, 환기, 질병 관리 등을 자동화해 연간 사료비 등 생산 비용을 40% 이상 절감했다.

변 씨 농가처럼 정밀 사육을 하는 농가가 늘면서 합천군은 한우 품질을 글로벌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생체중량 1.2t, 도체중량 750kg 이상의 ‘슈퍼한우’는 2021년 이후 전국 9마리 가운데 7마리가 합천에서 나왔다. 육질 등급 ‘1++ 이상’ 출현율은 55.8%로 전국 평균(40.2%)보다 15.6%포인트 높고, 우량 암소 보유 마릿수도 792마리로 전국 2위다.

2001년 소고기 시장이 개방될 때만 해도 국내 한우 농가가 고사(枯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장기간의 노력 끝에 고품질이라는 무기를 갖춘 한우는 현재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캄보디아 등 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몽골과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임시 수입 허가를 받아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주로 등심 안심 등 구이용으로 수출되는 한우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강점이다. 국립축산과학원 분석 결과 한우는 고기의 고소한 맛을 결정하는 지방산(올레인산) 함량이 49∼52%로 수입산(39∼42%)보다 높았다. 외국산과 비교해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많은 반면 신맛과 쓴맛을 내는 성분은 적었다. 해외 소비자도 한우의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축산물 이력제도 한우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 지역화-K컬처 연계로 수출 늘린다

‘2025 K-관광로드쇼’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한우 불고기를 시식하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2025 K-관광로드쇼’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한우 불고기를 시식하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추후 한우 수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지역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5월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 지위를 획득한 제주산 한우의 싱가포르 수출을 위한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K-비프’(한우) 수출에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UAE에서는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고급 호텔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한우가 수출된다면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우 기반 프리미엄 메뉴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요를 발굴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최대 수출국인 홍콩의 경우 젊은 소비자층에 인기 있는 저지방 부위를 활용한 한우 김밥, 한우 버거 등을 개발한 후 문화 행사와 연계해 판매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내 도축장이 추가로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유통망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 ‘프리미엄’ 열풍에 K프루트 인기도↑

한국 과일도 ‘프리미엄’ 열풍을 타고 해외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내산 포도 1648.3t이 수출됐다. 1년 전(881.7t)의 약 2배로 늘면서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주력 품목인 샤인머스캣의 높은 당도와 맛이 국제적인 인기를 얻으며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국산 포도는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 과일의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웰빙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데다 한국 과일이 고급 과일로 인식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 3월 처음으로 베트남에 한국 참외가 수출된 데 이어 배도 지속적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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