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성공적인 재테크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금융주(株)’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이들이 짭짤한 평가수익을 거두고 있는 겁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4대·지방 금융지주, 카카오뱅크, 제주·IBK기업은행 등 10종목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1,280.71로 마감했습니다. 작년 1월 2일(673.27)에 비해 무려 94% 상승한 수준입니다. 연초 이후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59%에 달합니다.
우리사주를 받은 임직원들은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리사주 제도로 금융지주 주식을 1만 주 매수한 은행원 A 씨는 “업무 중에 주식을 살펴볼 여유가 없어 우리사주로 재테크를 하게 됐는데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대박이 났다”고 했습니다.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대거 취득한 경영진들도 흡족해하는 분위기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평가액은 작년 말 8억5950만 원에서 전날 14억6570만 원으로 6억 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자사주 평가액은 작년 말 1억5370만 원에서 전날 2억6750만 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금융지주 수장들 중 가장 높은 수익률(74%)입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는 경영진들이 많았는데 예상과 달리 성공적인 재테크 사례가 됐다”고 했습니다. 다만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빠르게 처분해 현금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무 보유 기간이 정해진 데다, 재직 중에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금융주에 대한 주주 환원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돼 주가가 단기에 급하게 올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고 있어 일부 종목에서 과열 조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금융지주 경영진들의 ‘자사주 투자 성과’는 퇴임 이후에야 제대로 헤아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