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로 다시 붙은 ‘흑백요리사’… 롯데리아는 어떻게 부활했나[동아리]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3월 8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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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가 권성준 셰프와 손을 잡고 출시한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2종. 왼쪽이 ‘발사믹 바질 버거’, 오른쪽이 ‘토마토 바질 버거’.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롯데리아가 권성준 셰프와 손을 잡고 출시한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2종. 왼쪽이 ‘발사믹 바질 버거’, 오른쪽이 ‘토마토 바질 버거’.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지난해 10월 종영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업계 곳곳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외식업계를 비롯해 식기, 미디어, 출판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얼굴을 널리 알린 요리사들은 식품 프랜차이즈 또는 편의점 등 유통채널과 상품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가 편의점 CU와 협업해 선보인 ‘밤 티라미수 컵’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협업 상품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버거업계도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은 2014년 2조1000억 원에서 2024년 5조 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초반에 성장을 주도한 건 맥도날드나 KFC, 롯데리아와 같은 전통 프랜차이즈다. 이후에 토종 브랜드인 맘스터치가 합류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구도가 재편됐다. 수제버거부터 시작해 ‘쉐이크쉑’,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등 외국 브랜드가 잇달아 상륙하면서 프리미엄화가 가속됐다.

전통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먼저 반전을 꾀한 건 롯데리아다. 권성준 셰프와 손을 잡고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이하 나폴리맛피아 버거)’ 2종을 출시했다. 맘스터치는 흑백요리사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 셰프로 맞수를 놓았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차별화된 레시피를 녹인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 ‘에드워드 리 싸이버거’ 등 버거 2종과 치킨 1종으로 구성된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이하 에드워드 리 버거)’이다.

이밖에도 쉐이크쉑이 개성 있는 셰프와 함께 쉐이크쉑의 버거를 재해석하는 ‘퀘스트 키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준탁 셰프(영탉)와 ‘라임 칠리 탉’, ‘바질 페스토 탉’ 등 2종의 메뉴를 4월까지 한정 판매한다.

버거집에서 다시 만났다… ‘흑백 결승’ 리벤지 매치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와 에드워드 리 셰프 버거의 홍보용 포스터.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와 에드워드 리 셰프 버거의 홍보용 포스터.
롯데리아의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발사믹 바질’과 ‘토마토 바질’ 2종이다. 나폴리맛피아 버거의 ‘킥(Kick, 한 방)’은 빵(Bun, 번)에 있다.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모짜 브리오쉬 번’을 사용했다. 브리오쉬 번은 폭신폭신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주로 고급 버거의 빵으로 사용된다.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브리오쉬 번에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 치즈를 올려 녹이면서 구워진 치즈의 바삭함과 고소함을 더했다.

소스도 토마토와 레드와인 발사믹에 바질을 활용한 이탈리아풍으로 기존 패스트푸드 버거에서는 볼 수 없던 요소다. 여기에 양상추, 소고기 패티,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권 셰프의 특별 레시피를 모두 합치면 이탈리아 국기가 연상된다. △녹색의 바질 △흰색의 모짜렐라 치즈 △빨간색 토마토다.

롯데리아가 권성준 셰프와 손을 잡고 출시한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2종. 왼쪽이 ‘발사믹 바질 버거’, 오른쪽이 ‘토마토 바질 버거’.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롯데리아가 권성준 셰프와 손을 잡고 출시한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2종. 왼쪽이 ‘발사믹 바질 버거’, 오른쪽이 ‘토마토 바질 버거’.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우선 ‘발사믹 바질’은 레드와인 발사믹 식초와 토마토, 바질 등의 상큼함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 모짜렐라 치즈와 어우러지면서 조화로운 맛을 낸다. ‘토마토 바질’은 시큼한 맛을 내는 케첩보다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제품 모두 ‘모짜 브리오쉬 번’과 궁합이 좋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빵이 고급스러운 맛을 더한다. 한입 베어 물면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는 고소함과 재미를 더하는데, 롯데리아의 ‘모짜렐라 인 더 버거’와 유사하다.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배달보단 매장 취식을 추천한다.

다만 저렴하다곤 할 수 없다. 단품 8900원, 세트 1만1000원이다. 배달 시에는 두 제품 모두 단품 9700원, 세트 1만2300원으로 판매된다.

맘스터치가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출시한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 베이컨을 잘게 잘라 설탕에 졸여 잼처럼 만든 ‘베이컨 잼’이 특징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맘스터치가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출시한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 베이컨을 잘게 잘라 설탕에 졸여 잼처럼 만든 ‘베이컨 잼’이 특징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맘스터치의 에드워드 리 버거는 베이컨을 잘게 잘라 설탕에 졸여 잼처럼 만든 ‘베이컨 잼’이 킥이다. 씹는 식감을 살린 찹(Chop) 스타일의 베이컨 잼을 패티에 균일하게 발라, 마지막 한 입까지 깊고 진한 베이컨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에드워드 리 셰프가 실제 버거를 먹으면서 느꼈던 불편함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버거를 먹다보면 베이컨만 쭉 나와서 남은 버거에는 베이컨이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같은 양의 베이컨을 먹을 순 없을까 고민했다”며 “베이컨 잼을 만들면 빵에 조금 더 이븐하게, 고르게 바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맘스터치가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출시한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왼쪽)’과 ‘에드워드 리 싸이버거(오른쪽)’.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맘스터치가 에드워드 리 셰프와 함께 출시한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왼쪽)’과 ‘에드워드 리 싸이버거(오른쪽)’.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에드워드 리 버거의 경우 싸이버거보단 비프버거가 베이컨 잼의 매력을 느끼기 좋다. 에드워드 리 셰프도 비프버거를 추천 버거로 꼽을 정도다. 씹으면 으깨진 소고기 패티와 베이컨 잼이 잘 어우러진다. 함께 토핑된 피클과 양상추가 느끼한 맛을 잡아주며, 체다치즈가 녹진하고 고소한 미국의 맛을 더한다. SNS에선 햄버거에 케첩을 추가로 뿌려먹는 ‘나만의 레시피’가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싸이버거는 치킨 패티의 맛이 지배적이어서 베이컨 잼의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

가격은 나폴리맛피아 버거보다 저렴하다. 싸이버거는 단품 7800원, 세트 1만200원이며, 비프버거는 단품 8400원, 세트 1만800원(한정 기간 9900원)이다. 배달 시에도 가격은 동일하다.

“버거는 내가 이길 것”… 결과는?
넷플릭스 요리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에드워드 리 셰프가 21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맘스터치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넷플릭스 요리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에드워드 리 셰프가 21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맘스터치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에드워드 리 셰프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나폴리맛피아 버거에 대한 질문에 “흑백요리사에 버거로 붙었으면 내가 이겼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우선 초반 성과는 좋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18일부터 직영 12개를 포함 총 320개 매장에서 먼저 에드워드 리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1주차 일평균 매출은 동점포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6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드워드 리 비프버거에 대한 긍정 평가가 확산되면서 320개 매장의 일별 비프버거 전체 매출도 신제품 판매 전 동기간보다 574% 신장했다.

맘스터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기로 점포에서 준비된 재료가 빠르게 소진돼 일시품절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기로 점포에서 준비된 재료가 빠르게 소진돼 일시품절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에드워드리 버거의 출시 1주차 판매량은 예상 판매량의 328%에 달한다. 이에 따라 베이컨 잼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한편, 6일부터 시작한 전국 판매를 대비해 생산라인을 추가 확보하는 등 긴급 대응 중이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기로 점포에서 준비된 재료가 빠르게 소진돼 일시품절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 내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나폴리맛피아 버거가 모두 품절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 내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나폴리맛피아 버거가 모두 품절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나폴리맛피아 버거도 출시 3개월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까지 일부 매장에선 품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출시한 제품은 첫날부터 목표 판매량의 230%를 달성했다. 일주일 만에 45만개 팔렸으며, 지난 5일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넘겼다.

출시 1주차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늘지 못하는 건 ‘모짜 브리오쉬 번’ 공급 문제 때문이다. 이 빵은 나폴리맛피아 버거를 위해 별도 제작된 것으로, 초기 생산량보다 판매량이 훨씬 높았던 것.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일부 매장에서 ‘모짜 브리오쉬 번’ 대신 일반 빵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SNS 상에서 번지기도 했다.

실제 소비자 평가에선 롯데리아의 나폴리맛피아 버거가 근소 우위에 있는 모양새다. 에드워드 리 버거의 경우 싸이버거가 일반 싸이버거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 나폴리맛피아 버거에 비해 빵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아쉬운 요소로 꼽혔다. 특히 네 가지 버거 중에서 맛의 균형이 잘 잡혔다는 평가로 ‘발사믹 바질’에 대한 긍정 반응이 많았다. 권성준 셰프가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버거를 직접 조리하는 등 마케팅적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돈까스에 나폴리맛피아까지… 롯데리아 연타석 흥행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롯데리아가 초심을 잃었다”는 반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사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과거 인식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롯데리아가 초심을 잃었다”는 반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사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과거 인식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NS에선 “롯데리아가 초심을 잃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쟁사인 맥도날드나 맘스터치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과거 인식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리노베이션(Re-Innovation)’ 전략에 따른 매장 리뉴얼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 내 주요 매장들이 리뉴얼 후 객수 및 매출이 증가하면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리뉴얼 매장엔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해 신규 BI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테이스트 더 펀(Taste The Fun)’에 입각한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했다. 또한 매출 전망이 좋지 않은 일부 직영점을 폐점하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외연 획장 대신 선택한 획기적 메뉴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본래 롯데리아는 줄곧 실험적인 버거를 출시해왔다. ‘우엉 버거’, ‘라이스 버거’, ‘우리김치 버거’, ‘춘천닭갈비 버거’, ‘밀리터리 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혹평을 받고 단종됐다.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만화가이자 유튜버인 이병건 씨가 ‘왕돈까스 버거’를 먹는 모습.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만화가이자 유튜버인 이병건 씨가 ‘왕돈까스 버거’를 먹는 모습.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 문화가 발달하고,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작은 2015년 모짜렐라 치즈 튀김 패티에 집중한 ‘모짜렐라 인 더 버거’라고 볼 수 있다. 길게 늘어나는 치즈 때문에 SNS 상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2023년 선보인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는 정식 메뉴로 채택될 정도로 인기였다. 2024년 ‘왕돈까스 버거’는 빵보다 큰 돈까스 패티로 이른바 ‘선 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의 모습. 2024.12.18. 뉴스1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의 모습. 2024.12.18. 뉴스1

그 결과 롯데리아 운영사인 롯데GRS는 7년 만에 ‘1조 클럽’ 재입성까지 노리게 됐다. 본래 롯데GRS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압박 속에서 결국 2018년 연매출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롯데GRS의 매출은 2017년 1조896억 원에서 2021년 6757억 원까지 계단식 하락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2023년부터다. 그리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440억 원, 영업이익 360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7%, 109.3%씩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롯데GRS가 3분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갔다면 4분기에도 이어갔다면, 매출 1조 원 재진입이 유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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