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기계발 화두는 ‘매일, 조금씩’… 1점씩 나아가는 ‘원포인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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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NOW]
학습자 매일 접속시키는 ‘듀오링고’
헬스장 방문 부담 줄여준 ‘초코잽’
‘나에게 맞는’ 목표에 집중하기…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서비스 부상

한 번에 큰 성취를 꿈꾸기보다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원포인트업’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는 스스로 세운 학습 목표를 매일 달성할 수 있도록 ‘올빼미’ 아이콘을 활용해 다양한 푸시 알림을 보내고 있다. 듀오링고 애플리케이션 캡처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는 하루라도 접속하지 않으면 “(자사 마스코트인) 올빼미가 사망했다”거나 “당신의 학습 기록이 모두 삭제될 것”이란 무시무시한 푸시 알림으로 유명하다.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린 아이콘이 ‘웃는 올빼미’에서 ‘화난 올빼미’로 저절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소비자 조사 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분석에 따르면 새해에 반짝 인기를 끌다가 이내 인기가 사라져 버리는 다른 학습 앱들과 달리 듀오링고 이용자 수는 올해 들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기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높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자기계발의 목표는 동시대 구성원의 가치관을 반영해 변화하기 마련이다. 요즘 자기계발의 화두는 ‘매일, 조금씩’이다. 한 번에 큰 성취를 꿈꾸기보다는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매일 1점씩 나아간다고 해서 ‘원포인트업’ 트렌드라 부른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헬스장 브랜드 ‘초코잽’은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그대로 운동을 즐기도록 해 헬스장 방문의 부담을 줄여줬다. 초코잽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헬스장 브랜드 ‘초코잽’은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그대로 운동을 즐기도록 해 헬스장 방문의 부담을 줄여줬다. 초코잽 홈페이지 캡처
원포인트업의 첫 번째 특징은 ‘도달 가능성’이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몰이 중인 헬스장 브랜드 ‘초코잽(chocoZAP)’이 좋은 사례다. 초코잽은 우선 입지가 좋다. 마치 편의점처럼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앞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재미있는 전략이 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도록 강요하는 대신 입고 있던 옷과 신고 있던 신발 그대로 운동을 즐기도록 해 헬스장 방문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처음에는 운동 효과에 대한 의심도 있었지만 오픈 2년 만인 2024년 여름 기준 일본 전국에 매장 수는 1500개가 넘고, 등록 회원 수는 누적 120만 명을 돌파했다.

뷰티 시장에서도 도달 가능성이 화두다. 유명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갖고자 대대적인 수술을 받기보다는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예뻐지는 ‘시술’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진다. 마취, 입원, 절개 등이 동반되는 수술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레이저, 고주파, 초음파 등을 활용한 에너지를 피부에 조사하는 방식이나 최소 침습만을 허용하는 주사제 등 쉽게 받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미용 관리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원포인트업 트렌드의 두 번째 특징은 ‘나에게 맞는’ 목표에 집중하기다. 다른 사람들이 꿈꾸는 목표를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무작정 따라서 좇기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먼저 이해하고 목표를 세운다. 대표적 현상이 바로 직업관의 변화다. 대기업 입사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분야의 조직 문화와 나의 개인적 성향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따져 입사를 결정하는 ‘컬처핏’이 취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급부상 중이다. 일터에서는 자기 이해를 돕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웨이마크’의 직장인 커리어핏 진단검사는 자신의 심리 역량과 성장할 수 있는 조직 문화, 일하는 마음의 건강 정도, 심리 자원의 강점과 취약점,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우선순위 가치 등 객관적인 4개 척도를 통해 자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심리 상담 서비스다.

뷰티 산업에서도 개인 스타일링 서비스가 성황이다. ‘레어리(Rarelee)’는 내 사진을 올리고 몇몇 질문에 대답을 하면 얼굴형, 얼굴 비율, 하관 특징, 이목구비, 체형 등의 조화를 구체적 수치로 분석해 준다. ‘셜록뷰티(sherlockbeauty)’는 얼굴, 체형, 패션, 헤어 등의 토털 컨설팅 예약을 한 달에 한 번 받는데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원포인트업 트렌드를 두고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이 원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며 씁쓸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변화는 사회 전반에서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예측이 쉽지 않고 통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는 하루하루 살아남고, 나를 통제하는 일이다. 비록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계속되면 실천 가능한 원대한 계획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사람들이 꿈꾸는 밸류업을 이해하고 이를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때다.

#자기계발#원포인트업#듀오링고#초코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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