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은 가고 ‘맵단’의 시대 열렸다… 푸드 시장 흔드는 ‘스와이시’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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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NOW]
고추와 꿀 결합 ‘핫 허니’ 소스 인기… 매운맛 익숙지 않은 이들까지 매혹
즐겨야 하는 재밌는 쾌감으로 변모… K스와이시로 글로벌 시장 잡아야

달콤함과 매운맛을 결합한 ‘스와이시’가 글로벌 푸드 시장을 흔드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도미노 피자가 최근 선보인 ‘불타는 랍.슈.투’ 피자. 사진 출처 도미노 피자
달콤함과 매운맛을 결합한 ‘스와이시’가 글로벌 푸드 시장을 흔드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도미노 피자가 최근 선보인 ‘불타는 랍.슈.투’ 피자. 사진 출처 도미노 피자
‘단짠.’ 너무 옛날 이야기다. 이제는 ‘맵단’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식음료(F&B) 시장을 강타한 새로운 푸드 트렌드 ‘스와이시(Swicy·Sweet+Spic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와이시는 이름 그대로 달콤함과 매운맛을 결합한 새로운 미각 공식으로,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식음료 산업 전반을 흔드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파이시 레모네이드 리프레셔, 핫 허니 아포가토, 핫 허니 에스프레소 마티니, 그리고 칼라브리아산 고추와 꿀을 활용한 디저트까지 스타벅스가 지난 2년간 신메뉴로 선보인 음료와 디저트 라인업만 보더라도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3대 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은 우리나라에서 한국인 타깃으로 고추장 양념 치킨 버거를 출시했는데, 스와이시 플레이버에 대한 수요 때문에 지난해 이 제품을 미국과 필리핀에서 재출시했다. 뉴욕 22번가에 있는 ‘Cocodaq’은 샴페인과 코리안스타일 치킨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코리안 바이브와 바삭한 한국식 양념 치킨이 인기를 얻으며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에도 등재되었다. 달콤한 맛과 매운맛의 조합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새로운 미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달콤함과 매운맛을 결합한 ‘스와이시’가 글로벌 푸드 시장을 흔드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스와이시 열풍의 중심에 있는 ‘마이크스 핫 허니’ 소스. 사진 출처 마이크스 핫 허니 홈페이지 캡처
달콤함과 매운맛을 결합한 ‘스와이시’가 글로벌 푸드 시장을 흔드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스와이시 열풍의 중심에 있는 ‘마이크스 핫 허니’ 소스. 사진 출처 마이크스 핫 허니 홈페이지 캡처
스와이시 열풍의 중심에는 ‘핫 허니(HotHoney)’가 있다. 고추와 꿀을 결합한 이 소스는 미국 외식업계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NRA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핫 허니는 2024년 최고의 맛&조미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식품 트렌드 전체에서도 4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맛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매혹시켰다는 사실이다. 핫 허니는 단순히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매운맛을 중화시켜서 성공했다. ‘마이크스 핫 허니(Mike’s Hot Honey)’는 지난해 매출 40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매운맛이 거부감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쾌감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스와이시를 이끈 원류는 사실 아시아와 멕시코 요리에 있다. 태국 스리라차 소스, 한국 고추장, 일본 생와사비와 멕시코 타힌(Tajin) 같은 양념들은 오래전부터 단맛과 매운맛의 공존을 구현해 왔다. 세계인에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소비자에게 이국적인 매력을 주는 조합이기도 하다.

미국 식품과학 기반의 솔루션 기업 루빅스 푸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중 78%가 매운맛을 선호하고, 45%는 스와이시 플레이버를 자주 소비한다고 답했다. 38%는 어떤 형태로든 매운 스낵을 갈망하며, 33%는 메뉴에서 더 많은 하바네로 풍미를 원한다고 밝혔다. 스와이시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미각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고 있다. 매운맛은 한때 ‘극복해야 하는 맛’이었으나, 이제는 ‘즐겨야 하는 재미있는 쾌감’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매운맛을 문화의 정체성으로 삼아 온 나라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스와이시 대열에서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최근 롯데리아 ‘청양바삭통새우버거’, 도미노 피자의 ‘불타는 랍.슈.투’, ‘투움바 파이브 치즈 소스’, 버거킹의 ‘할라피뇨 파퍼 몬스터 버거’, 오뚜기의 ‘불오징어 볶음면’ 등이 출시되고 있는데 한국인이 워낙 매운맛에 강하고 제육볶음이나 떡볶이 같은 한국인의 솔푸드(soul food)가 있어서 트렌드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K스와이시 플레이버의 정립이다. 고추장과 꿀을 결합한 소스, 한국식 프리미엄 ‘핫 허니’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K푸드가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K스와이시 소스가 출시된다면 한국식 문화의 자산을 세계화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단짠이 소비자에게 위로와 익숙함을 줬다면, 스와이시는 탐험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스와이시는 단순한 맛의 조합이 아니라 글로벌 푸드 문화의 새로운 비전인 만큼 K푸드가 세계 무대에서 또 한 번 도약하려면 이 흐름을 주저 없이 포용해야 한다. 매운맛의 DNA를 가진 한국은 스와이시 시대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다. 이제 관건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 맵단 트렌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느냐다.

#스와이시#K푸드#한국식 양념#미각 트렌드#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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