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앞세운 K뷰티, 佛 제치고 美 화장품 수입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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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내공의 수출 히든카드 K컬처] 〈4〉 美日넘고 유럽 노리는 K뷰티
K팝 아이돌이 언급하면 관심 폭증… ‘글로벌 앰배서더’ 맡겨 홍보 효과
한류행사에 부스 설치해 고객 확보… 폴란드 162%, 英 48% 수출 증가

지난달 8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시부야의 잡화점 로프트(LOFT) 매장. 1, 2층에서는 K뷰티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코스메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입구부터 3CE, 컬러그램, 롬앤 등 수십 개의 K뷰티 제품이 늘어서 있었고 10, 20대 일본 소비자들이 매대를 오가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K뷰티 브랜드 ‘어뮤즈’ 매대 앞에서 손등에 틴트를 발라보던 대학생 스즈키 요쓰바 씨(18)는 “틱톡에서 한국 인플루언서가 쓰는 영상을 보고 꼭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K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망에 속속 입점하면서 한국이 주류 화장품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342억7000만 엔(약 1조2600억 원)으로 전체 수입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022년 프랑스를 제친 이후 3년 연속 1위다.

K뷰티의 확산세는 전 세계 소비 중심인 미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로 샤넬, 디올 등 명품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12억6300만 달러)를 처음으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미국발 인기에 힘입어 유럽에서도 K뷰티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영국 화장품 수출액은 1억4937만 달러로 전년(1억41만 달러) 대비 약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폴란드 수출액은 161.9%, 네덜란드는 34% 등으로 급증했다.

K뷰티의 선전은 K컬처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돌 그룹 아일릿의 멤버 원희가 1월 라이브커머스에서 소개한 롬앤의 ‘듀이풀 워터틴트’는 방송 이후 판매가 급증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방송 당일인 12일부터 18일까지 매출은 전주 대비 122% 늘었다. 롬앤을 운영하는 윤현철 아이패밀리SC 부사장은 “K팝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에서 제품이 언급되면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류 콘텐츠를 통한 K컬처 확산이 팬덤 형성으로 이어졌고 이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K컬처와 결합한 K뷰티는 산업의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과거 대기업 중심이던 뷰티 시장이 인디 브랜드까지 고르게 성장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수출 중심의 일방적 마케팅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들이 아마존이나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진출하는 추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리브영은 인디 브랜드들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리브영 입점을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나 소비자에게 올리브영 제품은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는 신뢰 의미로 수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11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케이콘 저팬(KCON JAPAN) 2025’ 현장에 마련된 CJ올리브영 부스에서 일본인 관람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도 K컬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끈 K팝 스타나 K드라마 배우를 적극적으로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것이다.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는 K팝 그룹 세븐틴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일본 공략을 위해 2023년 세븐틴 멤버 호시를 아시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LG생활건강은 K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해외 여러 나라로 수출되는 등 인기를 끌자 지난해 7월 주연 배우 김지원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CJ그룹은 한류 종합 페스티벌 ‘케이콘(KCON)’ 현장에 올리브영 부스를 설치해 K뷰티 협력사들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9∼11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저팬 2025’ 현장에 109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40여 개 K뷰티 브랜드와 100여 개 제품을 일본 팬들에게 선보였다. 행사 기간 부스를 찾은 누적 관람객 수는 약 4만8000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K컬처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K뷰티 지형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류 열풍이 태국, 베트남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확산되면서 케냐나 나이지리아 등 현지 기업들이 한국 화장품 중소기업에 직접 오퍼를 보내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유통망과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시장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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