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ADHD, 병원 찾으면 분명히 호전된다!”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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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문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국내 유병률 5~8%, 성인 점유율 34.9%로 크게 늘어
“아이 때 치료 잘 받으면 70~80% 상당한 호전”

이문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무엇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짜증을 잘 내는 아이는 20세기 후반까지 한국에선 그냥 ‘별난 아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끝없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며 과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아이는 이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질환자로 진단과 치료의 대상이 됐다.

먹고사는 데 바빠 무시하고 지나친 질병이 21세기 첨단 한국에서 사회 전반을 갉아먹고 있다. ADHD에 걸린 아이를 가진 부모는 절망에 빠지고 가족 전체의 삶 또한 무너져 내린다. 실제 전 세계 아동의 ADHD 유병률은 약 5% 정도인데 국내의 경우는 5~8%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성인 환자의 점유율도 34.9%까지 크게 늘었다.

과연 ADHD는 난치 질환인 것일까.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없을까. ADHD 치료의 명의로 알려진 이문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는 “ADHD는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되고 관리될 수 있다”며 “실제로 치료를 잘 받는 아이들의 70~80%는 상당한 호전을 보이고 성인이 될 때쯤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성인 이후 발병 극히 드물다”

ADHD의 정확한 정의는?

“ADHD는 지속적인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뇌 발달장애 질환이다. 신경전달물질(뇌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의 불균형과 뇌 기능의 미세한 이상이 관련된 신경 발달장애로 분류된다.”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가?

“부주의(주의력결핍)와 과잉행동 및 충동성이다. 부주의 증상은 집중해야 할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쉽게 한눈을 팔며 지속하기 어렵고 실수가 잦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듯 보인다. 과잉행동 및 충동성 증상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손발을 만지작거리거나 몸을 꿈틀대는 것이다. 수업 등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심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르기도 한다.”

ADHD와 증상이 비슷한 질환은?

“아이가 집중을 못 하고 산만하다 해서 모두 ADHD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ADHD와 혼동되거나 동반되기 쉬운 질환에는 불안장애 및 우울증, 만성적인 수면장애, 틱장애, 학습장애 및 지적발달장애, 품행장애 및 반항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이 있다. 이 외에 갑상선기능 이상, 뇌전증(간질) 등 신체 질환도 아이의 집중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DHD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뇌의 신경학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주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HD 아동의 경우 뇌 속 신경전달물질(특히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 있어서 주의력을 유지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약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가족 및 쌍둥이 연구에서 ADHD의 유전율이 약 60~90%(평균 74%)로 추정되는데, 부모 중 한 명이 ADHD일 경우 자녀에게 ADHD가 나타날 위험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ADHD는 성인이 되면 사라지나?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ADHD 아동의 50~ 80%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남고, 35~65%는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결국 완전히 완치되는 비율(증상이 전혀 없어진 비율)은 대략 20~30%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증상의 양상과 강도는 나이와 함께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겉보기엔 조용해도 내면적으로는 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ADHD가 발병하나?

“성인 이후에 발병하는 ADHD는 극히 드물다. 성인이 돼서 처음 ADHD로 진단받는 사례는 어릴 때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하나?

“집중력 부족으로 학습 또는 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 가만있질 못하고 뛰거나 기어오르고, 친구들을 성급하게 밀치거나 줄을 서지 못해 또래들 사이에 갈등이 잦다면 고려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행동이 또래보다 심하게 산만하고 충동적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전문의 진료를 권한다. 또 아이가 집에서만 힘든 게 아니라 학교, 학원, 친구 집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단순한 버릇이나 특정 환경 탓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ADHD의 정확한 진단은 미국정신의학회(APA) DSM-5에 명시된 진단 기준을 따른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ADHD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ADHD 치료는?

“가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는 약물치료다. 중추신경 자극제, 흔히 정신자극제라 불리는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면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줄어들고 과제 수행 능력도 좋아지며 아이의 협조적 태도가 향상되는 등 약 80%에서 분명한 호전이 나타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하지만 행동 중재, 부모 교육, 학교 지원 등을 함께 하는 다각적 접근도 그만큼 중요하다. 쉽게 말해 약물로 뇌 기능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행동치료로 운전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치료 약물, 의학적 감독 있으면 안전”

치료법은 무엇에 따라 달라지나?

“우선 환자가 6세 미만일 경우 약물보다는 부모 훈련을 권고하고 초등학생 이상에서는 약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증상에 따라서도 다른데, 주의력결핍 우세형의 경우 인지기능 훈련이나 학습전략 지도를 시행한다.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의 경우 주변과 충돌이 잦으므로 사회성 훈련과 부모 훈련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중증도나 동반 질환 유무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ADHD 치료에 예전에는 주로 향정신성의약품이 쓰였는데 현재는 어떤가?

“치료제는 중추신경 자극제(정신자극제)와 비자극제(비정형 약물)로 나눌 수 있다. 중추신경 자극제는 ADHD 1차 치료제로 가장 효과가 뛰어난데,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제제(향정신성의약품)가 쓰인다. 비자극제로는 아토목세틴(atomoxetine)이 대표적이다. 또 보조적으로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성인에게만 적용된다.”

치료 약물의 부작용은?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에 영향을 미쳐 일정 부분 쾌감을 주기 때문에 오남용하면 중독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DHD 치료 용도로 의학적 감독하에 복용하는 경우에는 중독보다 증상 조절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크다. 실제 임상에서 어린아이들이 약에 심리적 의존을 보이는 일은 극히 드물고, 고등학생 이상 청소년에게서는 오히려 치료받지 않은 ADHD 환자들이 자기치료(self-medication)로 술, 담배, 대마 등을 남용하는 경향이 높다.”

“환자 67~80% 다른 정신과 질환 동반”

치료에 있어 부모나 선생님의 역할은?

“부모는 비난이나 체벌 대신 긍정 강화와 일관된 규칙을 적용하는 훈육법을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들은 수업 전 미리 주의 주기, 수업 중 짧은 휴식 부여, 규칙의 시각적 게시, 과제 쪼개어 주기 등에 신경을 써주면 학교 적응력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문제아로 낙인찍지 않고 작은 변화라도 인정해주며 교실 내 역할을 부여해 자존감을 세워주면 훨씬 안정될 것이다.”

치료 경과는 어떤가?

“치료 반응률에 흔히 인용되는 수치는 약 70~80%다. 이는 약물치료 등 적절하게 개입했을 때 대다수 아이가 핵심 증상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인다는 의미다. 장기 추적 결과를 보면, 치료를 받은 아이들의 상당수가 성인기엔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조기에 치료한 그룹은 완치 가까운 수준에 이르는 비율이 높다.”

ADHD의 합병증은?

“ADHD로 진단되는 경우 67~80%에서 하나 이상의 다른 정신과 질환이 함께 존재한다. 적대적 반항장애가 가장 흔하게 동반되며 품행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ADHD와 품행장애가 동반되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데, 범죄 연루와 물질남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불안장애와 우울증도 비교적 흔히 동반된다.”

ADHD 치료와 관련된 생활 가이드가 있다면?

“규칙적인 생활 및 일정 관리가 가장 중요하며 뇌 기능 회복을 위해 충분한 수면도 필수적이다. 초등학생은 최소 9~10시간, 청소년은 8시간 이상 자야 한다.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설탕이 ADHD를 악화시킨다는 속설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분명치 않다. 하루 최소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 등 야외 활동도 효과적이다. 또 좋아하는 퍼즐 맞추기를 5분에서 10분으로 늘려간다든지, 책 읽기도 하루 10분부터 점차 늘리는 식으로 훈련 게임처럼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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