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 끼고 악수도 하는 로봇 ‘알렉스’…0.3mm 오차 정밀작업도 가능[테크챗]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31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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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보틱스가 공개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 위로보틱스 제공

아마 많은 독자분께서 이미 위로보틱스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에 대한 기사를 접하셨을 겁니다.
(참고 기사: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50818/132207368/2 )

위로보틱스는 알렉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힘·접촉·충격 등 다양한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며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표현만으로는 알렉스의 능력이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데, 알렉스는 어떤 강점을 갖췄을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알렉스를 직접 만나본 후기를 전합니다.

사람과 유사한 손 가진 휴머노이드
26일 오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내린 뒤 택시를 타고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 제1캠퍼스에 위치한 ‘로봇 이노베이션 허브(RIH)’로 가서야 비로소 알렉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알렉스는 아직 상반신까지만 개발이 된 상태인데요, 얼굴과 두 팔이 달린 모습이 사람의 형상과 비슷했습니다.

위로보틱스가 자랑하는 알렉스의 대표적인 특징은 ‘고자유도 순응형 로봇 핸드’, 바로 알렉스의 손입니다.

사람의 손 크기와 유사한 알렉스의 손은 15자유도를 갖췄다고 합니다. 한 손에 3자유도를 가진 손가락이 다섯 개씩 있습니다. 사람 손가락 하나가 세 마디로 구성된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래서 사람처럼 정교한 동작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의 손끝을 반복해서 위치시켰을 때 생기는 오차를 나타내는 ‘반복정밀도’는 0.3mm 이하로, 정밀작업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알렉스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어떤 동작을 취할 때는 사람 손가락보다 더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알렉스의 팔은 마찰력과 회전관성을 낮춰 관절의 유연성을 높였다는데요. 깍지를 낀 채 기지개를 켤 줄도 알고, 팔짱을 끼거나 사람과 어깨동무도 합니다.


알렉스의 손은 사람처럼 ‘역감’을 느끼고 이에 맞게 반응합니다. 한 마디로, 외부의 힘을 감지해 그에 알맞은 힘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사람과 악수를 할 때 알렉스는 상대방 손의 힘을 감지해 적절한 힘으로 손을 잡고요, 껴안을 때는 사람의 몸에 팔을 살포시 두르고 살짝 토닥이기까지 합니다.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상대방이 치는 손바닥의 힘에 알맞게 리액션하고요.


제 손목을 알렉스 손 위에 놓으니 살포시 잡습니다.


만약 알렉스가 ‘역감을 느끼며 외력에 순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악수할 때나 손목을 내줬을 땐 알렉스가 손을 꽉 쥐어 사람 손이 부러졌을 수도 있고, 하이파이브나 포옹할 때는 알렉스한테 한 대 맞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위로보틱스에 따르면 알렉스의 손 무게는 약 700g, 어깨 이하는 약 5kg으로 가볍습니다. 기민하고 안전한 동작을 취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 3kg 이상의 무게를 다룰 수 있습니다.

20여 년간 쌓은 노하우, 최종 목표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던 연구원들이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창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알렉스에는 김용재·이연백 공동대표를 비롯해 위로보틱스의 멤버들이 기업과 학교 등에서 20여 년간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며 쌓은 경험들이 누적돼 있습니다.

위로보틱스 관계자는 “마치 휴대전화나 세탁기처럼 범용적으로 쓰이는, 일상에서 사람을 도와주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알렉스가 공개되자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위로보틱스에 로봇 개발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용접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달라 요구했다고도 하고요.

다만 아직 알렉스의 하반신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종 목표는 이족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지만, 우선 바퀴가 달린 버전을 먼저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공장 등의 환경에서는 이족보행보다 바퀴로 움직이는 버전이 가진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알렉스의 ‘두뇌’를 만드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아직은 알렉스가 동작을 수행하려면 프로그램을 수동 조정해야 합니다. 위로보틱스는 피지컬 AI 스타트업 ‘리얼월드’ 등과 협업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알렉스가 AI를 통해 스스로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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