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늘리고 감세 폭은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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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첫 세법 개정안 막판 검토
배당 많이 늘린 기업 주주에 혜택

이재명 정부 첫 세법 개정안의 핵심인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두고 정부가 국회에 기존 발의된 법안보다 분리과세 대상을 늘리되, 감세 폭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기준, 세율 등을 조정하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란 배당으로 번 돈을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따로 떼어서 새금을 매기는 방식을 말한다. 현행 기준으로 합산 과세 시 최고 49.5%(지방세 포함)까지 세율이 높아진다. 높은 세 부담 탓에 기업 대주주들이 배당을 꺼리고, 증시 자금 유입 요인도 떨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분리과세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큰 줄기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이 35%가 넘는 상장사 주주들의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27.5%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고배당 성향이 강한 일부 기업 주주만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당에선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분리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감세 폭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정 기간 동안 배당을 얼마나 많이 늘렸는지 ‘증가율’도 기준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배당 성향 자체만 고려하면 일부 고배당 업계만 혜택을 받고, 시설투자를 위해 배당 성향이 낮은 제조업 주주들은 제외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인세는 윤석열 정부에서 인하한 1%포인트 세율을 복구하되 과세 구간별로 차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소기업처럼 이익 규모가 낮은 기업은 법인세 인상을 면하게 하려는 취지다.

배당소득 세율 49.5%→27.5%… ‘부자감세’ 비판에 정부 “폭 축소”


[李정부 세법개정 방향]
배당성향 35% 이상땐 금융업만 혜택… 제조업 빠지면 ‘반쪽짜리 증시 부양’
정부 배당증가율 높은 기업까지 확대
증권거래세 등 올려 세수 감소 보완… 5년간 16조원 세수 증대 효과 예상

이재명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주주 환원 강화를 통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여당 내에서 제기되는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고 실제 기업들의 배당 유인을 높일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분리과세 대상 기준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분리과세에 적용될 최고세율을 국회에서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안보다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배당 성향 기준을 30% 안팎으로 낮추되 배당을 많이 늘리는 기업들을 선별함으로써 배당 유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 與 “부자 감세” 지적에 세율 검토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당 내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다수 의원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반대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안은 배당 촉진이라는 파급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그 자체만 보면 부자들이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27.5%)은 현재 2000만 원 초과 금융소득(이자·배당 등)에 적용되는 최고세율(49.5%)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낮다. 정부 관계자는 “배당수익률이 2%라면 주식을 10억 원어치 갖고 있어야 배당 2000만 원을, 주식 150억 원어치가 있어야 3억 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며 “어떤 방안이든 부자 감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정협의를 거치며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세율 인하 폭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도 직접 이 의원 안을 언급하며 제도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큰 틀을 유지하면서 당정협의를 거쳐 최고세율 등 세부 사항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출국 전 대통령실에 보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 부총리는 24일 한미 2+2 재무·통상 고위급 회담을 위해 출국길에 오른다.

● “실패 반복 안 돼” 제도 실효성 고심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증시 부양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의원 발의 법안인 배당 성향 35% 이상 상장사 주주로 분리과세 대상을 제한하면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과 같은 고배당 업계만 혜택을 볼 공산이 크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은 당기순이익에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배당 성향이 낮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증시 부양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차의 배당 성향은 20%대에,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배당 성향 허들은 낮추면서도 배당 유인을 높이기 위해 배당증가율을 기준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던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시장 평균보다 20% 높은 배당 성향, 배당 수익률 △배당 증가율 10% 이상 등의 요건을 모두 만족한 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줬다가 낮은 실효성 탓에 2017년 폐기된 전례도 참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 성향과 배당 증가율로만 기준을 설계하고 증가율 조건도 과거보다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줄어드는 세수는 증권거래세 인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정부 5개년 국정과제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 중 하나로 증권거래세와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조만간 보고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현행 0.15%에서 0.18%로 0.03%포인트 인상하고,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24%)을 1%포인트 올리는 방안이 공유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년간 16조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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