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위해 전기요금 인하 등 ‘단순 연명을 위한 기업 지원은 없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화 산업 재편 방안 점검에 나선다. 이번 회의는 단순 자금 지원은 없다는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진행된다.
정부가 먼저 세부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하지 않는 건 국내 석화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업이 먼저 생산시설 통폐합이나 인수합병(M&A) 계획 등을 수립하면 정부가 개별 프로젝트에 적합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맞춤형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는 기업과 대주주의 강력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금융 지원과 가용한 정부 지원 수단을 총동원해 기업의 과잉 설비를 줄이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전환해 석화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바라보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연명 위한 단순 자금-세제지원 기대 말라”
구조조정땐 금융-세제 맞춤 지원 신속한 사업 재편 유도 방침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개별 기업을 위한 단순 자금이나 세제 지원 등은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든 버티면서 위기를 넘기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어떤 기업이 살아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가 다 죽을 수 있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업계 요구가 컸던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에 대한 전기요금 한시 인하 등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납사(나프타) 및 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한 무관세 기간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내년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개별 기업들이 설비 통폐합,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프로젝트별로 각종 금융·세제 지원 등을 맞춤 형식으로 제공해 활발한 사업 재편을 유도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을 통한 1조 원 이상의 자금 투입, 투자재원 확보 목적으로 자산 매각 시 과세이연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지원도 추진한다.
석화 산업 구조조정의 속도도 높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석화 산업이 마주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014년 당시 일본보다 더 신속한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4년 말 석화 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당시 연간 738만5000t 규모였던 에틸렌 생산 능력을 2016년 656만6000t으로 11.1% 낮췄다. 에틸렌은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를 고온 분해해 생산하는 각종 석화 제품의 기초 원료다.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1295만 t에 달한다. 일본보다 구조조정 속도를 더 내겠다는 건 2027년까지 최소 130만 t 이상의 생산시설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사업 재편 심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M&A를 위한 기업결합이나 시설 통폐합과 같은 공동행위가 경쟁 제한을 위반하지 않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불필요한 절차 없이 빠르게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경쟁 규제 완화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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