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돕는 취지로 2020년 도입
정부, 신청자 급감에도 일몰 또 연장
“실효성 없는 감세 정책 정비해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상생 제도로 도입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신청한 사람이 지난해 전체 대상자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신청자가 급감해 사실상 유명무실한데도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이던 이 제도를 7번째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22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신청한 사람은 1만8210명이었다. 전체 상가임대 개인사업자 168만8118명의 약 1.1%만 신청한 것이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상가임대사업자가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최대 7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전년도 임대료 인하분을 해당 연도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돕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된 이 제도는 첫해(2021년) 9만3604명(6.1%)이 신청했다. 하지만 2022년 7만4448명(4.5%), 2023년 3만5566명(2.1%), 지난해 1만8210명으로 매년 크게 줄었다. 이들이 공제받은 세금도 2021년 1448억 원에서 지난해 41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착한 임대인’이 줄어든 건 임대료를 깎아줄 형편이 되는 임대인의 선의에 기댄 제도 자체의 한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도입 당시와는 정책적 환경도 사뭇 달라졌다. 2019년에는 임대료 때문에 소상공인이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궁중족발’ 사건 등으로 임대료 인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됐고, 지금은 상가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떨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올 7월 말 세제 개편안을 통해 이 제도를 2028년까지 3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역대 최대인 16개 항목(연 9000억 원 규모)을 정리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런 유명무실한 제도조차 손대지 못하고 시늉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확장재정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대신 이런 실효성 없는 감세 정책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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