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업계 ‘노봉법’ 위기감에… 김정관-김영훈-이동근 등 21일 비공개 회동

  • 동아일보

재계 “원청을 사용자로 볼 기준 모호
중대재해처벌법과의 모순 등 우려”
현장 목소리 반영 마지막 기회될 듯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막판 쟁점 조율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1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제안으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과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회동이 진행된다. 회동 장소는 미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가르는 ‘경제적 종속성’ 기준의 모호함과 중대재해처벌법과의 모순 등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주무 장관들이 직접 나서 해법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노동부는 ‘노조법 해석 지침안’을 공개하며 본래 15일까지 행정예고와 함께 업계 의견 청취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21일 회동이 지침 확정을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사용자성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성’에 대해 업계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지표로 고려하기로 한 ‘경제적 종속성’의 모호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들끓고 있다. 원청과의 전속적 거래 관계나 높은 매출 의존도가 사용자성 인정의 보완적 징표로 규정되면서, 정상적인 도급 관계마저 사용자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납품형 외주(진성 도급)’마저 불법 파견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실제로 조선, 자동차 협력사들은 수십 년간 기술을 쌓으며 한 원청과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원청을 사용자라 하는 건 하청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사실상 현재 원-하청 구조를 없애라는 말과 같다”고 반발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뇌관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이번 지침 사이의 구조적 모순이다. 중처법은 원청에 하청 직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반면, 이번 지침은 그러한 안전 통제를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로 삼는 탓이다. 기업 입장에선 중처법 준수를 위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면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고, 사용자성을 피하려 개입을 줄이면 ‘중처법 위반’ 위험에 노출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21일 회동에서 재계는 이러한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고 지침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제적 종속성 기준의 명확화 또는 삭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처법상 의무 이행에 따른 지시를 사용자성 판단에서 제외하는 ‘면책 조항’ 신설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이 전례 없는 시도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종속성은 어디까지나 보조지표일 뿐 구조적 통제성이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며 “미지의 세계로 가는 법 개정인 만큼 노사정이 단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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