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병기 “담합 조사 시작되면 자진신고해도 과징금 최대 75%만 감면”

  • 동아일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 차등 적용 추진
“담합 과징금 한도 매출액의 20→30%로”
쿠팡 동일인 관련 “친족의 경영 참여 확인”
“법 적용에 해외-국내기업 차별한 적 없어”
정유사 가격 담합 “충분히 자료 확보한 상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담합 자진신고에 따른 제재 감면 혜택을 차등화해 미리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담합 자진신고에 따른 제재 감면 혜택을 차등화해 미리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 착수 이후 자진 신고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초 신고자라도 과징금 감면 한도를 현행 최대 100%에서 최대 75%로 줄이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되면 앞으로는 담합 기업이 공정위 조사 착수 전에 담합 사실을 신고해야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공정위 조사 개시 전후를 구분해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쿠팡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 소송과 관련해 김 의장 동생 유석 씨의 경영 참여 사실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정유사 담합 조사에 대해서는 “정유 4사와 일부 지역 주유소에 대해 충분히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정위가 리니언시 제도를 개편 중인데.

“공정위 조사 전에 담합을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사업자는 지금처럼 과징금을 100% 면제해 준다. 다만 조사 시작 후에 신고하면 1순위 사업자라도 과징금을 75%까지만 감면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자진신고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면제, 감경하던 조항도 삭제를 검토 중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이 내려졌다면 자진신고를 해도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다시 정해 보고해야 한다.”

―감면 혜택이 축소되면 기업이 신고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담합 과징금 한도를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할 계획이다. 과징금이 세지면 자진신고 인센티브는 더 커진다. 신고 포상금도 상한 없이 과징금의 최대 10%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제도가 개선되면 신고 유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제도 정착 여부에 따라 (감면) 비율을 추가로 줄일지 살펴보려고 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쿠팡이 동일인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친족의 경영 참여를 확인했고 (경영 참여) 수준도 상당히 고위급에서 이뤄졌다.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본다. 동일인 지정 제도의 행정적 실효성 측면에서 볼 때 법원도 공정위와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예외 요건이 ‘쿠팡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

“예외 요건을 아예 없애는 대신 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손보는 방법이 있다. 혹은 요건을 남겨두되 국내에 기업집단이 있고, 실질적 지배자가 개인으로 특정된다면 원칙적으로 동일인을 개인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자진 시정 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동의의결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 균형이 필요하다. 상생안에서 홍보, 마케팅으로 사업자가 얻게 되는 이익은 제외해야 한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상생 방안에 홍보성 마케팅 수단을 포함해 가져와 (자진 시정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수수료율 전반을 낮추는 등의 방안은 없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건처럼 중대한 사건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특정되고 그 피해가 상당하다면, 그리고 빠르게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다면 동의의결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되도록 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

―쿠팡 관련 사건에서 미국의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경제 분야 통상 협상에서 공식적으로 쿠팡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쿠팡 같은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을 차별한 적은 없다. 그런 우려로 정책이 지연되거나 영향을 받은 적도 없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과거 사건까지 주목을 받으며 법 적용이 강화된 듯한 일종의 착시 현상이 있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 모두 같은 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하반기(7~12월) 물가 관리를 위해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은.

“중대한 담합 사건 처리가 예정돼 있다. 라면, 쌀 등 국민 필수 품목은 상시로 담합 여부를 감시하며 관리한다. 석유 관련 품목도 가격을 눌러놓은 부분이 있으니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거다. 정유 4사, 일부 지역 주유소의 가격 담합 의혹은 충분히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법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중점조사기획단은 어떤 조직으로 만들 계획인지.

“대기업집단 사건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플랫폼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지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법도 없는 일종의 ‘규제 공백’ 상황이다. 전문성 있는 인력이 대기업집단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복합적인 플랫폼 사건을 처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중점조사기획단은) 대외 공급망 충격 등 중대한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도 활용하려고 한다. 올 10월에 조직이 출범해 이르면 연내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정위의 목표는.

“공정한 시장 질서가 자리 잡고 성장 혜택이 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게 공정위의 주요 과제다. 올해 안에 법 제·개정을 마무리해 정책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야 한다. 과징금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입점업체 등을 보호하기 위한 사후 규제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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