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16개월만에 마이너스로… 美 관세 前부터 비상등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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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하루평균 수출액 6% 급감
對中 반도체 수출 부진 영향 커
車 수출 늘어 반도체 부진 상쇄
美 관세 현실화땐 동반 타격 우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이 1년 전보다 6% 가까이 줄며 올 들어 2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도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마저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만큼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 2월 누적 수출액 4.75% 감소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526억 달러로 전년보다 1% 증가했다. 올 1월 수출이 전년보다 줄며 16개월 연속 이어졌던 수출 증가세가 멈췄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9% 줄었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75%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양대 수출 시장인 대중(對中), 대미(對美) 수출 실적이 모두 100억 달러를 밑돌았다.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1.4% 감소한 95억 달러를 보였고, 대미 수출은 1% 증가한 99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중 수출 감소는 반도체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약 96억 달러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액은 25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3% 급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메모리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자동차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반도체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 지난달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2월보다 17.8% 늘어난 61억 달러였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3억5000만 달러로 31.9% 급증했고 자동차 부품 수출(5억6000만 달러) 역시 9.8%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산 프리미엄 차량 수요가 확대됐다”며 “중고차 매물 부족으로 자동차 유지 보수 비율이 늘면서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 “수출, 관세전쟁 피해 최소화에 달려”

올해 한국의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추가로 10%의 대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10%를 더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 내 생산량이 감소하면 반도체 등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4월 이전에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으로는 처음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신임 내각 관계자들을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올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고 반도체 수출 역시 업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미국발 관세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빈틈을 찾아 호재로 삼을 수 있는지가 올해 한국 수출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수출액#반도체 수출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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