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5%, 日 -7%, 홍콩 -13%… 코인-금값까지 동반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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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글로벌 경제 초토화] 관세 치킨게임에 아시아 증시 패닉
외국인, 코스피서만 2조원 넘게 매도… 시총 3개월만에 2000조원 무너져
대미 수출비중 높은 日-대만 등 타격… 무역분쟁 넘어 글로벌 침체 공포감
당국 “100조 시장 안정 자금 준비”

미국발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아시아 증시를 덮치면서 투자들이 최악의 월요일을 보냈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중국이 보복 관세에 나서는 등 주요국 간 대립이 격화되자 투자자들은 “바닥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를 둘러싼 강대국의 ‘치킨 게임’이 증시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외국인, 코스피에서만 2조 원 넘게 팔아

7일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만 약 2조949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2조 원 이상 주식을 팔아 치운 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8월 13일(2조6900억 원)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도 역대 5위에 해당한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907조5910억 원으로 올 초 이후 3개월여 만에 2000조 원이 깨졌다.

장 개장 직후 외국인의 ‘패닉셀’(공포 매도)이 몰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후 잠깐 낙폭을 줄였지만 오후 들어 다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최종적으로 5.57% 내린 2,328.2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에 대형주를 비롯해 방산, 조선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수혜주도 줄줄이 무너졌다.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9.55%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미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6.62%)와 기아(―5.69%)는 52주 신저가를 나타냈다. 삼성전자(―5.17%)를 비롯해 그간 고공 행진을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 HD현대중공업(―8.17%) 등 방산이나 조선주들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모처럼 1430원대에 진입했던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33.7원 오른 1467.8원에 마감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2020년 3월 19일(40원) 이후 최근 5년 만에 가장 컸다.

외환·금융 당국도 긴장 태세에 돌입했다. 당국은 비상대응체제를 갖추고, 필요할 경우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 “트럼프 취임 후 美 시총 1경6000조 원 증발”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부과에도 내심 협상을 기대했건만 각국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확전 양상이 이어지자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도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34%의 추가 보복 관세를 내세우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자 중국이나 홍콩 등 중화권 증시가 폭락세를 나타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7.34% 내린 3,096.58에 거래를 마쳤고, 홍콩H지수는 13.75% 하락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과 대만 역시 자국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증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7.83% 빠졌다. 개장 이후 8% 넘게 빠지는 등 지수가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이날 9.7% 밀리면서 8개월 만에 2만 선이 붕괴됐다.

이번 증시 폭락의 피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보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11조1000억 달러(약 1경6000조 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전쟁이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올려 잡았다.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이 2.9% 하락하는 등 최우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까지 하락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오후 8시 기준 전장보다 7%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이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돌입한다든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변화가 나올 때까지는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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