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에도 관세 추진… 韓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력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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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관세 부과 위한 조사 착수… 이르면 내달 발표에 韓기업들 촉각
현실화땐 韓바이오 가격 인상 압박… 미국 물량 확보-생산기지 인수 나서
美내서도 “약값 부담만 늘 것” 반발

미국 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미국 내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 미국 파트너사를 물색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韓 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력 하락 가능성

14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와 의약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조사 및 관세 부과 결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관세가 결정되면 국내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판매 전략 중 하나다. 관세 영향으로 국내 기업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올해 3분기(7∼9월)까지 추가 수입 없이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현지 생산기지의 인수 또는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는 SK바이오팜 역시 “미국 내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위탁생산(CMO) 기업을 이미 확보해 필요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캐나다에서 정제와 제품 포장 단계를 거쳐 완제 의약품으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이 26%로 유럽(65%) 다음으로 크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주요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 아사히글라스(AGC) 중에 미국 생산 기지가 없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뿐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 내 CDMO 생산 기지가 있는 기업들에 벌써 전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CDMO의 경우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당장 피해는 없겠지만, 고객사에서 계약 조항을 조정하자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美 내에서도 거센 반발… 단계적 인상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미국병원협회(AHA), ‘접근가능의약품협회(AAM)’ 등은 앞서 “의약품 관세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늘릴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대부분의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수입 품목에서 의약품은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케미컬의약품의 재료가 되는 원료의약품(API)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 내 모든 의약품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5월 중순께 의약품 관세 정책의 상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커트니 브린은 “(의약품 가격 급증을 고려해) 관세를 10∼25% 수준으로 천천히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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