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격변기, 산업기술 자체 개발 더 중요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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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제조강국 기반 피지컬 AI시대 대비… 휴머노이드-AI반도체 개발 집중
자유무역 흔들리며 공급망 위태… 소재-부품 기술 있어야 제조업 유지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은 지난달 30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을 넘어서 10∼20년 이후 시장을 만들어 낼 미래 기술까지 발굴해야 한다는 각오”라며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산업기술이 가지는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KEIT 제공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은 지난달 30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을 넘어서 10∼20년 이후 시장을 만들어 낼 미래 기술까지 발굴해야 한다는 각오”라며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산업기술이 가지는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KEIT 제공
미중 패권 경쟁이 관세 전쟁 등으로 더 격해지며 자유무역이 위협받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탁월한 산업기술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내 주요 산업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 평가하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전윤종 원장(57)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KEIT 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지냈다.

전 원장은 “산업기술 개발 전략의 중심에는 ‘핵심기술’과 ‘요소기술’ 개발이라는 두 축이 있는데, 첨단기술이 국제 협상에서 무기화되고 있어 두 축 모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먹거리가 될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중견·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소재 등 요소기술의 내재화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산업기술이 국가 전략자산으로서 가지는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KEIT는 연간 3조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산학연에 투자한다. 반도체 핵심 지식재산권(IP), 자율주행차 및 선박, 이차전지 등에서 성과를 냈다. 10년 뒤 한국을 대체 불가한 혁신국가로 만들어 줄,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과감한 기술 개발(알키미스트, 미래판기술 등)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중점을 뒀던 분야에 대해 “중견·중소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술력 강화와 자립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으뜸기업’ ‘슈퍼을’ 육성 같은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신산업 발굴과 관련해서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사업이 있다”며 “AI 반도체 시대를 대비한 것으로 고집적·고기능·저전력 반도체 구현을 위해 올해부터 7년간 2000억 원 이상이 투자된다”고 했다.

향후 주요 기술 개발과 관련해 전 원장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꼽았다. 다양한 기기와 로봇에서 실시간으로 AI 기능을 발휘할 반도체다. 그는 “우리의 강점인 기계·로봇, 사물인터넷·가전, 자동차, 방산 등 분야와 국내 반도체 설계 기업 간 협력을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대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및 40개에 달하는 국내 최고 기업 및 대학과 함께 ‘K휴머노이드 연합’을 발족시켰다. KEIT는 올해 K휴머노이드 사업 수행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휴머노이드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된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AI와 제조공정의 결합) 등은 생성형 AI 시대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피지컬 AI는 물리적 세계를 직접 인지하고, 판단하며, 행동까지 수행하는 AI 기술이다.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디바이스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현실 세계와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조선소에서 로봇팔이 용접을 훌륭하게 해내지만 특정 구역의 작업이 끝나면 사람이 옮겨줘야 다음 작업이 가능한데, 피지컬 AI가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오면 스스로 다음 작업을 설정하고 이동까지 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첨단기술 경쟁에 따른 연구개발 기획 및 평가 업무의 미래에 대해서는 “기존에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 기술 전략을 선제적으로 기획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KEIT는 산업 간, 이종 기술 간 융합을 통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미중 패권 경쟁#자유무역#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AI 반도체#K휴머노이드#피지컬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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