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아토피피부염 뿌리 뽑을 혁신 치료제 많다!”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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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상욱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
19세 이상 성인 100명 중 5.6명이 아토피피부염 환자
최근 5년 동안 20세 이상 아토피피부염 환자 26% 증가
“표적치료제 등 혁신적 신약, 치료 성공률 매우 높아”

손상욱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 홍중식 기자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피부를 긁다가 밤잠을 설치는 사람부터, 긁다 생긴 염증과 발진 때문에 두문불출하는 이들도 있다. 피부병이 비염으로, 비염이 천식으로 발전해 삶이 완전히 무너진 이들까지 있다. 바로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아토피피부염은 대개 어렸을 때 잠깐 앓고 지나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만 찾아 회피하면 근본적 치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국내 통계(2021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70%는 청소년·성인이며, 19세 이상 성인의 아토피피부염 유병률은 5.6%에 이른다. 최근 5년(2019~ 2023년) 동안 20세 이상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26%나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아토피피부염은 왜 발생하고 근본적 치료법은 없는 것일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을 역임한 손상욱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를 찾아 그에 대한 해답을 구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명의인 손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난치성질환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생물학적제제, 잭(JAK)억제제 등 혁신적 약물들이 많이 나와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아졌다. 아직 일반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비급여의 경우 약이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국가에서 지원율(산정특례 적용, 90% 치료비 지원)을 높여주고 있다. 완치가 어렵다고 방치하지 말고 꼭 전문의와 상의 후 삶의 질 관리에 나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전적 영향 상당 추정”

아토피피부염은 어떤 질환인가.

“간단히 말하면 선천적으로 약한 피부를 타고나서 쉽게 건조해지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유아기 혹은 소아기에 시작되며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특징적 습진을 동반한다. 염증이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토피피부염의 대표적 증상은?

“우선 가려움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발진이 생기며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피부가 건조하며 닭살 피부도 종종 보인다. 어릴 때 발생하면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원인은?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게 없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 및 피부 보호막 이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정확한 유전인자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가족력의 빈도가 높아 유전적 영향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모두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자녀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확률은 80%에 달하며, 부모 중 한 명에게만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자녀가 아토피피부염일 확률은 50% 정도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별도의 검사법이 있진 않고 증상을 바탕으로 한 기준에 따라 진단이 이뤄지는데, 의사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 가려움을 동반하고, 팔다리 등 접히는 부위에 피부염 증상이 있는지와 만성적인지가 진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구체적인 증상은?

“△가려움증, △피부염이 발생한 부위와 특징적 모양, △2세 미만 환자의 경우 얼굴, 몸통, 팔다리 바깥 펼쳐진 부위의 습진, △2세 이상 환자의 경우 얼굴, 목, 사지 안쪽 접힌 부위의 습진, △자신 또는 가족의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이력 등이다.”

중증 아토피 잡는 신약 출현
아토피피부염의 치료법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는 건조한 피부의 보습이 매우 중요한데, 국소스테로이드제와 국소면역조절제(국소칼시뉴린억제제)가 주요 치료제이며 가려움증을 억제하기 위하여 항히스타민제도 흔히 사용된다. 또한 피부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하는 항원(알레르겐), 자극 물질, 스트레스를 피하도록 하는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환자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증상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나.

“특별히 증상의 종류를 구분하지는 않고 심한 정도, 즉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경증이면 연고 위주로 치료하고 중간(moderate) 이상 혹은 심한 증상이면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및 잭억제제 등을 고려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완치 가능한 질환인가.

“피부를 약하게 타고나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관리가 더 중요하다. 다만, 소아 아토피피부염은 5세 무렵에는 50%가 증상이 사라지고, 성인기 아토피피부염도 20~30대 이후에는 빈도가 낮아져 노령층에서는 드물어진다. 따라서 전형적 아토피피부염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가려움증과 염증을 잡을 혁신적 신약이 나왔다는데?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 면역 인자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세계적 혁신 신약(표적치료제)이 이미 개발돼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효능의 표적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를 활용하면 염증을 잡는 것은 물론, 가려움증도 많이 개선된다. 문제는 대부분 최근에 개발된 약들이라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일부 중증 환자들만 건강보험급여 산정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기전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잭억제제 등의 신약도 있다.”

이들 신약은 알레르기 종류와 상관없나.

“그렇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알레르기 빈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음식이나 진드기 등 특정 항원(알레르겐)만을 제거한다고 해서 쉽게 증상이 개선되진 않는다. 심지어 알레르기 음식을 가려 먹는다고 해도 임상 증상에 호전이 없다는 보고들이 많다. 5세 이하의 소아에게는 영향이 조금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항히스타민제 부작용 거의 없어”
건조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건조한 환경에선 보호막 기능을 하는 피부 장벽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세균이나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피부로 쉽게 침입해 염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습진과 아토피피부염의 차이는 뭔가.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만 주로 여름철에 증상이 있으면 진균감염(곰팡이 질환)을 우선 의심해보고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여름철에도 팔다리가 접히는 부위에 피부염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비염의 관계는?

“소아 중 일부에서 아토피피부염이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아토피 행진(atopic march)’이라 한다.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약해진 피부를 통해 알레르기 노출의 기회가 많아지는 게 유력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아토피피부염의 심각한 합병증은 없나.

“정말 심한 경우, 오랫동안 눈을 비벼 백내장, 녹내장 등이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가려움증으로 인한 집중력 장애, 수면 부족 등이 있는데 이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합병증이다.”

항히스타민제의 치료 효과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있어 보조적으로 가려운 증상만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가려움증 완화 효과도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증도 이상의 환자들은 항히스타민제를 써도 염증 조절이 잘 안 된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입안 마름, 졸음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 발생이 아주 드문 매우 안전한 약물 중 하나다. 몇 년씩 먹어도 간 기능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거의 없다.”

아토피피부염의 예방법은?

“아토피피부염은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심신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보습제 바르는 걸 생활화하고, 여름철에 피부에 땀이 차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술, 담배는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

#2025 TREND WATCH#아토피피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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