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업가적 마케팅,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의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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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클수록 중요도 커져
선제적-창의적 마케팅 활동,
기술 역량 강화하는 출발점

B2B 시장에서 오랫동안 강조돼 온 성공 전략은 ‘관계 관리’였다. 공급자와 구매자 간의 안정적 협력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이 주류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고객의 니즈와 행동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단순히 기존 관계를 유지하고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기업가적 마케팅(Entrepreneurial Marketing)’이다. 기업가적 마케팅은 불확실성과 자원 제약이 심한 환경 속에서도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포착해 이를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접근법이다.

최근 KAIST 기술경영학부 연구팀은 산업재 시장에 종사하는 국내 중소기업 249곳을 분석해 이런 기업가적 마케팅이 기술 역량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검토했다. 연구 결과는 기존의 통념과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기술 역량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뒷받침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이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도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기업일수록 기술적 통찰력과 제품 혁신 역량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발굴하고 이를 기술 개발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해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과의 관계 만족도 역시 긍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계에 만족하면 변화보다는 안정 추구에 머물기 쉽다고 보지만 본 연구에서는 오히려 관계 만족도가 높을수록 기업이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시장 기회를 탐색하려는 기업가적 성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술 변화의 속도를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일수록 위기 대응보다 능동적인 전략 수립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했다.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대신 기회를 창출하려는 태도가 결국 기술 역량으로 연결된 것이다.

연구는 산업재 중소기업에 세 가지 전략적 교훈을 던진다. 첫째,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는 능력이 기술 경쟁력의 시발점이 된다. 둘째, 고객과의 관계는 유지 대상이 아닌 성장 자산으로 전환돼야 한다. 셋째, 기술 변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관계 만족이 기업가적 마케팅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임을 인식해야 한다.

중소형 공급업체는 단순한 관계 관리자에서 벗어나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전략적 기업가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속도가 곧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기업가적 마케팅은 기술 역량 확보와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업가적 마케팅#고객 만족도#기술 역량#전략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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