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의료 데이터 플랫폼 ‘헤이콘’ 출시… “환자 2000만명 임상데이터 확보
AI 익명화 기술로 개인정보 보호… 유출없이 제약사서 신약개발 가능”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제공
“구글처럼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병원 의사에서 헬스케어 기업인으로 변신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제약사와 병원을 연결하는 ‘데이터 인에이블러(Data Enabler)’로서 인류에게 필요한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자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의료와 정보기술(IT) 융합을 총괄했던 황 대표는 헬스케어 기업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거쳐 2021년 카카오헬스케어 초대 대표로 합류했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황 대표는 그간 막혀 있던 의료 데이터 사업을 AI로 풀어 보기로 했다. 병원들이 보유한 각기 다른 양식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제약사나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병원과 제약사를 연결하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 ‘헤이콘(HAYCORN)’을 출시할 수 있었다.
황 대표는 “현재까지 연세의료원 등 상급종합병원 17곳과 협약을 맺어 약 2000만 명의 환자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플랫폼명도 ‘헤이콘’으로 확정했다”고 했다. 헤이콘은 만화 ‘곰돌이 푸’에 나오는 도토리를 말한다. 도토리는 거대한 참나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씨앗이면서, 생태계 속 야생동물의 식량이 된다. 헤이콘이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풍부한 의료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데이터 연결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였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한 경험과 카카오의 기술력을 앞세워 데이터 연결을 꺼리는 병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병원이 가진 데이터를 카카오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게 아니라, 개인식별정보를 자동으로 지워 주는 데이터 익명화 엔진을 AI 기술로 만들고 실제 99.7% 지워진다는 결과도 병원에서 검증했다”며 “환자 데이터를 올리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각 병원 안에 설치해 데이터가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의뢰한 분석이 종료되면 데이터는 그대로 병원 안에 두고 신약 관련 분석 결과 값만 가지고 나오는 구조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제약사들은 원하는 연구 주제에 맞는 양질의 맞춤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만성질환 등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를 위한 약물비서 서비스도 지난달 출시했다. ‘지금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이 약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AI 비서가 맞춤 설명을 해주는 서비스다. 황 대표는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의료 분야는 환자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얻기 힘든 ‘일방적’ 서비스라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그러나 AI 기술 발전으로 집부터 병원까지 이어주는 ‘커넥티드 헬스’ 서비스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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