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1호 행정명령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우리나라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주요국에 비해서 높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4일 직접 주재한 첫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에게 이같이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대출금리가 높다고 지적했지만 부동산 ‘불장’ 조짐 때문에 당장 대출금리 조정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불장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첫 비상경제점검TF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자리에 참석한 금융위 직원들에게 해외 주요국들보다 우리나라의 예대금리차가 높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금융위 관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예대금리차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습니다”고 대답했고 이 대통령은 “아, 그런가요”라고 말하며 예대금리차 관련 대화는 약 15초 만에 종료됐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 취임 당일 오후에 열린 이 회의는 갓 취임한 대통령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리였습니다. 약 15초의 짧은 대화였지만 대통령의 예대금리차 언급이 의미심장한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천6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2025.04.02. 서울=뉴시스현재 예대금리차는 공시 이래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가계 대출(정책 서민 금융 제외)의 4월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입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줄어들어야 하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출금리 조정을 주문하기보단 월별, 분기별 가계대출 목표치 점검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높은 대출금리의 문제점보다 당장 가계대출이 더 크게 불어나는 상황을 막는 게 더 급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언급과 같은 맥락에 있는 여당의 은행법 개정안도 현안입니다. 은행법 개정안은 대출금리 가산금리에 보험료, 교육세 등을 제외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법안입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은행법 개정안은 급한 게 아니다”라며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을 탔으니 이제 은행이 고민해야할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을 보호해주자는 취지인 예금보험료가 대출금리에 들어가는 등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은 바꿔야하는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