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등록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달 탐사용 하이브리드 차량.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지형에 따라 이동 형태를 달리할 수 있는 달 탐사용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주 영역에서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달 탐사 기술 연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현대차, 구르다 걷는 달 탐사 車 연구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등록된 특허 출원서 속 차량은 바퀴가 달린 다리 4개를 갖췄다. 관절이 있는 각각의 다리는 개별적으로 작동하며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는 달 표면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륜구동 중 상향 경사로를 마주치면 앞다리는 접고 뒷다리는 늘려 차체를 지면과 수평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바위가 많고 고도가 가팔라 바퀴로 이동하기 어려운 지형에서는 직접 걸어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차량은 동물의 보행 방식에서 착안해 움직인다. 단기간에 울퉁불퉁한 지형을 걸어 횡단할 때는 낮은 자세로 파충류의 보법을 모방하지만, 완만한 지형에서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포유류의 보행 방식으로 전환한다. 심층 강화 학습(DRL)을 활용해 스스로 보행 방식이나 속도, 이동 방향을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2년 개발을 공식화한 달 탐사 차량 로버의 콘셉트 이미지. 현대차그룹 제공 해당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2022년 개발을 공식화한 달 탐사 차량 ‘로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후 달 탐사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섭씨 영상 130도에서 영하 170도를 오가는 극한의 환경에서 험로를 주행할 수 있어 군용차 등 타 모빌리티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도요타가 2029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달 탐사 로버 ‘루나 크루저’. 도요타 제공 ● 달 탐사 뛰어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각자 강점을 앞세워 달 탐사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달 탐사 로버 ‘루나 크루저’를 개발하고 있다. 길이 6m, 폭 5.2m, 높이 3.8m의 이 로버는 차내 기압을 조정해 우주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내부 활동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제한된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태양전지판과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도요타는 루나 크루저를 앞세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역시 2021년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아르테미스에 활용될 달 탐사 로버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이 로버는 전기로 구동하며 우주비행사 2인이 탑승할 수 있다. GM은 50여 년 전에도 아폴로 15~17호의 달 탐사에 활용된 차량을 제작한 이력이 있다.
혼다는 홋카이도 다이키조 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재사용 로켓’이 이착륙 실험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혼다 제공 일본 혼다는 차량과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혼다는 17일 홋카이도 다이키조 발사장에서 ‘재사용 로켓’ 이착륙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로켓은 고도 300m까지 상승했다가 원래 자세를 유지한 채 지상에 착륙했다. 이 로켓은 2029년 준궤도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초고난도 기술 분야…정책 지원 뒤따라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우주 산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주 탐사가 통신, 에너지, 광물 자원 등 다방면에서 경제적·안보적 파급 효과가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기술 개발 역량을 증명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우주 산업과 관련한 경제 규모가 2023년 기준 6300억 달러(약 870조 원)에서 2035년 1조8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달 탐사 기술은 막대한 개발비가 수반되는 초고난도 기술 분야이기에 기업 단독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개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 NASA 등 해외기관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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