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강세장은 대중의 의심 속에 시작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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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최근 한국 시장은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글로벌 시장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많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다. 한국 시장은 내수 비중이 작고, 반도체 자동차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제조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며 국내 주식의 부진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떠나면서 한국 시장은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이었다.

올해 상반기(1∼6월) 한국 시장의 차별화된 강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코스피의 가격 매력이 부각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올해 추정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밸류에이션이 낮은 시장이다. 물론 한국 시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이익률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도 현저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미국과의 관세 불확실성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에 제시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협상 대안이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과 공동 개발, 조선업 협력 등이 대표적인 카드다. 반대로 한국은 미국에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나 철회를 요구할 확률이 높다.

상반기 성과가 좋았던 조선 방산 원전 등은 기대 성장률은 높지만 한국 시장 전체에 미치는 이익 기여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하반기(7∼12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품목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반도체 자동차 등 시총 상위 대형주들까지 상승 랠리가 확산될 수 있다.

15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 기조로 어느덧 1350원대까지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통상 한국 시장은 원화 강세 구간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향후 수출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한국 시장을 매수한 경우가 많았다. 수출 회복은 원화의 강세로 이어지는데, 이는 주식과 환율 양쪽에서 자본 차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베팅이기 때문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한국 시장에 우호적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9개월간(지난해 8월∼올해 4월) 40조 원 가깝게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난 두 달(올해 5∼6월) 동안 약 6조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하향 돌파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고 있다. 조선 방산 원전 등에 집중됐던 매수 업종도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들의 상승세도 강하다. 금융주는 이익이 꾸준하지만 내수 비중이 높아 배당주 성격이 높았다. 하지만 아시아의 금융주들과 비교해볼 때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력은 충분하다. 특히 은행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ROE는 10% 내외로 비슷한데,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은행주의 PBR은 일본 대비 50∼6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이 글로벌 주요 시장 중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주식 시장은 이익의 증가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때 상승 속도가 더 가파르다. 지금은 상승을 의심하기보다는 한국 시장의 강세 원인을 생각해보고 더 긴 호흡으로 이번 랠리에 동참하는 것이 투자의 성과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의심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하고 행복감과 함께 사라진다”는 시장의 격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강세장#한국 시장#코스피#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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