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극한 폭염]
7월초 최대전력 수요 90GW ‘훌쩍’
‘무더위 최고조’ 때 나오던 사용량
휴가철 오기도 전에 수급계획 비상
휴가철이 오기도 전에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전력 수급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7월 말은 돼야 90GW(기가와트)를 돌파하던 최대 전력 수요가 올해는 이달 7일 이미 90GW를 훌쩍 넘어선 탓이다. 전력 당국은 폭염이 지속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9일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국내 전력시장 최대 전력은 오후 6∼7시경 95.1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의미한다.
최대 전력이 90GW를 넘기는 것은 통상 여름철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볼 수 있던 현상이다. 올해는 이달 7일 한때 최대 전력이 93.4GW를 기록했다. 최대 전력 90GW를 돌파한 시기가 지난해(7월 25일)보다 2주 이상 앞당겨진 것이자 역대 7월 중 최고였던 2022년 7월 7일(92.9GW)을 넘어선 수치다.
8일에도 최대 전력은 오후 한때 95.9GW로 집계되며 전날보다 더 치솟았다. 역대 가장 높았던 일일 최대 전력(지난해 8월 20일 97.1GW)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력거래소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에 더해 제4호 태풍 ‘다나스’가 고온다습한 공기를 한반도로 보내면서 이른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력 수급 자체는 아직 안정적이다. 전력 당국이 발전 전력을 총동원해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 중이고, 예비 전력도 10GW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비 전력이 10GW 수준이면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예상보다 전력 수요가 늘거나 공급 능력이 줄어들어 예비력이 5.5GW까지 떨어지면 전력 수급 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가 발령된다. 이후 상황에 따라 경보는 ‘관심’(예비력 3.5∼4.5GW), ‘주의’(2.5∼3.5GW), ‘경계’(1.5∼2.5GW), ‘심각’(1.5GW 미만)으로 격상된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오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폭염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 정점을 찍는다. 올해 최대 전력이 예년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음을 고려하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의 최대 전력 역시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전력 당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이달부터 9월까지 약 2만5000명을 투입하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다. 정부도 전력망 관리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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