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초전도 전력망’으로 AI 전력난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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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한전, 데이터센터 전력망 협력
초전도체 이용 전기 전송 상용화
대형변전소 크기 10분의1로 줄여
주민 반대 고민 덜고 AI 발전 지원

LS와 한국전력이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인 차세대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그동안 전력망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민 반대를 줄이고 건설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축구장 4개 크기 변전소, 10분의 1로

LS전선과 LS일렉트릭은 10일 한국전력과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LS전선과 LS일렉트릭이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솔루션을 출시한 뒤 1년 만에 국내 상용화 사업에 나선 것이다. 세 회사는 국내 초전도 전력망을 늘리고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초전도 전력망은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를 이용해 전기를 전송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영하 196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응용한 기술이다.

보통 전기는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송전할 때 전기를 초고압으로 만들어 보낸다. 물줄기가 약할 때보다 강할 때 주변에 흘리지 않고 멀리 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고전압 전기를 보내려면 그만큼 많은 케이블과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변전소가 필요하다.

반면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하면 고전압이 아니어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전에는 154kV(킬로볼트)로 변환해야 했던 것을 23kV로도 보낼 수 있다. 초전도 케이블 한 가닥은 일반 케이블 대비 최대 10배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축구장 3, 4개 크기인 대형 변전소를 10분의 1 크기의 소형 스테이션으로 대체할 수 있다.

LS와 한전은 2019년 ‘꿈의 케이블’이라고 불리던 초전도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초전도 케이블을 변전소 안에 설치하는 사업부터 시작해 변전소와 변전소를 연결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와 변전소를 잇는 단계로 진화했다. 한전 변전소에서 23kV 전압의 전기를 초전도 스테이션으로 보낸 뒤 그곳에서 같은 전압으로 데이터센터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초전도 시스템 기술 검증과 관련 제도 정비를 담당한다.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설계와 생산을, LS일렉트릭은 이상 전류를 통제하는 전류제한기 등 전력 설비 공급을 맡게 된다.

● AI 데이터센터 요구로 사업 추진

LS전선 등 세 회사는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요구가 쏟아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 사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많아 자체 변전소를 만드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특히 주변에 아파트 단지라도 하나 있으면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전력망 효율화는 기업들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보통 데이터센터 1개가 쓰는 전력 사용량은 4인 가구 기준 6000가구가 사용하는 규모와 같다. 이것도 일반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AI 경쟁이 치열해지며 필요한 전력량은 훨씬 더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40%가 전력 때문에 문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AI 산업도 인프라 확장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민 기피시설로 꼽히던 변전소를 소형 스테이션으로 대체해 주민 반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놓고도 변전소가 없어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전력 산업을 대표하는 세 기업이 함께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에 나서 대용량 전력망 시장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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