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기술료 수입 4조8100억 원… 中도 천문학적 연구개발 비용 투자
심경수 서울과기대 교수 NTX 제안
“대학-기업 IP 연결 플랫폼 구축… 해외 특허 소송 대비 방어체계도”
올 4월 제주에서 열린 ‘2025 기술 이전 사업화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 제공
정부가 인공지능(AI) 등 핵심 과학 부문 육성 및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 및 연구기관 등 연구 현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우리의 지식재산권(IP) 역량을 키우고 그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천문학적인 기술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수많은 자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창출해 내는 IP를 미래의 국가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이를 통한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 경쟁에서 앞서 미래의 기술 패권을 차지하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기술이전협회(AUTM)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들이 기술료로 벌어들인 액수만 4조81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 패권을 강화하고 AI, 바이오 헬스케어 등 미래 핵심 기술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각국의 기술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우리나라의 IP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대학과 연구기관은 2015년부터 ‘창의적 자산실용화 지원사업(브릿지)’을 진행해왔다. 10년 이상 진행된 브릿지 사업 덕에 국내 대학들은 연간 2만2000여 개의 IP를 출원해 1만 건 이상의 특허 IP 등록 자산을 만들 역량도 갖췄다. 이러한 대학의 역량을 결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브릿지 사업단 협의회 회장인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학을 포함한 연구기관과 함께 국내 IP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사업으로 ‘대학 혁신형 IP 기술사업화 지원 사업·NTX·가칭)’을 제안하고 있다. 심 교수는 “NTX의 주요 목적은 대학이 만든 혁신기술 IP 성과를 극대화해 지금의 10배인 연간 1조 원 규모로 키우는 것, 그리고 AI 기반 IP 방어 체계를 만들어 우리나라 첨단 기술과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역을 넘어 전국의 IP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며 그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고 또한 여기서 생산된 IP들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200억 원 이상의 기술경영 규모(기술료와 특허료, 기술사업화 재투자 금액의 합계)를 가진 대학이 중앙 NTX, 100억 원 전후의 기술경영 규모를 가진 대학이 일반 NTX를 맡아 중앙 NTX의 주도 아래 우리나라 전역의 대학, 기관의 IP를 사업화하고 가치를 높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NTX를 통해 전국의 대학과 기업을 연결해 IP 사업화 및 IP 데이터 자산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대학이 지역의 기업에만 기술을 전하지 말고 필요한 전국의 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해외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부터의 소송에 대비할 IP 방어 체계도 갖추자는 것이다.
해외 NPE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IP를 싼값에 사들인 뒤 AI에 이를 학습시켜 관련 특허를 발굴해내 이를 소송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미래의 걸림돌이 될 것이기에 정부도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기술사업화 전문기관 관계자는 “NTX와 IP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나라 IP 주권 강화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정부가 IP 주권 강화를 중심으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포함한 지원정책을 치밀하게 추진해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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