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서 금융위 해체안 나왔지만
대출규제 등 금융위 역할 주목받아
금감원 ‘금융위 중심 개편될라’ 경계
“국내 금융기관들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은행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자 금융위원회는 “이것도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이라며 관련 정책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금융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카드는 은행권의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산정 체계 개편입니다. 은행이 주담대를 늘리면 자본 규제상 페널티를 강화하고 은행이 수출기업에 대출해주거나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낮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에 투자할 경우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안들 모두 금융위 내에서 처리 가능한 사안들입니다. 금융위 의결을 통해 은행업 감독 규정을 변경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체적, 주도적으로 생산적 금융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금융위가 위험가중치 규정을 변경해 기업 투자를 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요즘 조용히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이날 “은행들이 기업에 투자하게 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뿐만 아니라 6·27 대출 규제, 이 대통령의 공개적 칭찬 등 금융위의 역할이 주목되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여당은 최근 기획재정부 내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며 여당 내부 혼선이 드러났습니다. 이 법안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강화시키는 내용입니다. 종전 국정기획위원회가 검토했던 금융위 해체 방안인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안과 상반된 것입니다. 금융위 존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금융감독원 내부에선 위기감이 감지됩니다. 이전 정부에서 금감원은 상위 기관인 금융위보다 큰 존재감을 보인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위 위주로 조직개편이 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신설되면 국정위가 추진하는 금융위·금감원 통합 금융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검토되는 금소원은 현재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독립하는 것으로 금소원 신설은 곧 금감원 조직의 축소입니다.
금융권은 금융위, 금감원의 엇갈린 표정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이 각기 조직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하루빨리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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