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생명이 두 개 분기 연속 자본잠식을 나타내며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이 향후 3년간 최대 1조 원 수준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0년 산은이 인수한 후 KDB생명의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KDB생명은 자산보다 부채가 1241억 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를 보였다. 3월 말(1348억 원)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으로 자본잠식을 이어간 것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갚아야 할 빚인 신종자본증권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순자산은 ―3643억 원에 달한다. 자본잠식이란 기업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황을 뜻한다.
KDB생명이 자본잠식에 빠진 주된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보험부채(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늘어나지만 동시에 보험부채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보험사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가 적용되면서 재무제표상 보험부채 금액이 늘어난 점도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자본잠식이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또 데이케어센터 설립, 특약상품 연계 등의 사업을 통해 수익 다각화도 꾀할 방침이다. 앞서 6월 산은도 금융위원회에 3년에 걸쳐 최대 1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KDB생명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문제는 산은이 증자를 단행해도 KDB생명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후 현재까지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 매각도 여섯 차례 추진했지만 새 주인을 찾지는 못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 자회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그것만큼은) 막자는 분위기”라며 “KDB생명이 부실금융 기관으로 지정되면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데다 보험 계약자들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기준금리 인하, IFRS17 도입, 신규 보험 계약자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다. 이날 푸본현대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7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생명보험사가 금리 인하기에 적합한 자산운용 전략이 마땅치 않은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KDB생명은 (민간 회사에 매각되려면) 정부가 더 많은 당근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댓글 0